도시형 수렵채집생활 - ZERO에서 시작하는
사카구치 교헤 지음, 서승철 옮김 / 쿠폰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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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쩐지 흥미를 끌게 되기는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지금껏 우리가 노숙자-노숙인들로 말하던 이들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무척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노숙자-노숙인들의 생활 태도와 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그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관점은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우리들로서는 그저 노숙자-노숙인들에 불과하겠지만) 이들이 어떤 독립적인 생활과 도시-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삶에서 벗어난 삶을 꾸려나가는지를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최소를 추구함으로써 최대를 얻게 되는... 그런 삶이라는 평가인데, 어떤 것에도 의지함 없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독자적인 삶에 대한 사례처럼 말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조금은 반박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당장 서울역으로 향해서 수시로 접하게 되는 노숙자-노숙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연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그것이 정녕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려고 하는 삶이라고는 말하기가 궁색해지기 때문에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모든 노숙자-노숙인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조금은 다름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단지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간을 익숙한 듯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공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자는 논의도 함께 있어서 여러모로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우선 우리가 자주... 까지는 아닐지라도 우연찮게라도 만나게 되는 노숙자-노숙인들이 어떻게 어떤 생산도 경제적 능력-돈도 없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를 유쾌한 분위기에서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가 버린 물건들

누군가가 전해주는 도움들

그리고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내는-수렵채집을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며 삶을 꾸며나가는 모습들을 알려준다.

 

일종의 현대적인 원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반대로 도시-자본주의가 토해내는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그리고 의미 없이 만들어내고 사용하며 쏟아버리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노숙자-노숙인이 일종의 현대적인 원시인이라는 관점에서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의 논의는 이끌어지고 있지만 다시 생각한다면 그들은 사회가 토해내고 버려내는 것들을 통해서 삶을 꾸며나간다는 점에서 생산은 없고 오직 소비만 있는 존재로서 다뤄질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반대로 긍정적인 모습이 아닌 도시-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최악의 존재들로서 다뤄질 여지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의 관점을 통해서 바라본다면 그렇게 본다는 것은 무척 악의적인 이해이고 해석일 가능성이 높지만.

 

오직 스스로의 삶을 챙기는 것으로 만족해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그들의 삶을 통해서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삶에 일종의 반성을 찾게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기는 하지만 그들의 삶 또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어떤 태도로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저자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삶을 창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일 것 같다.

 

마지막에서서 다시금 논의되는 도시-자본주의 건축이 갖고 있는 빽빽함과 불친절함,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고방식에 대한 유연한 입장은 귀를 기울여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도시의 답답함과 갑갑함 속에서 어떻게 빈틈을 찾아내고 전복을 추구할 수 있을지를 무척 생소한 방식으로 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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