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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유의 기호 - 승효상이 만난 20세기 불멸의 건축들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04년 8월
평점 :
공간과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후,
딱히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왔는데,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해도 가능하지 못했고 어떤 앎을 원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찾으려고 하는지도 뚜렷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흥미가 느껴지고 관심은 계속되었지만 무엇을 알기 위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기만 하다.
그저 눈을 즐겁게 만드는 건물들이 좋아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인문학 관련 특강을 통해서 건축가 승효상의 강연을 접하게 되었고, 그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명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의 강연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단지 책과 몇몇 학자와 건축에 관한 이론적 논의만이 아닌 실제 건축가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내용들이라 무척 놀라운 순간이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치 않을 강연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강연이었고, 그의 생각과 전망 그리고 신념이 그동안 책들을 통해서 느껴진, 어렴풋하게만 생각되었던 것들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건축가 승효상에 대한 관심은 크게 진전되지 않고 그저 관심에만 머물고 있다가 헌책방에서 구한 ‘건축, 사유의 기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미 강연을 통해서 들려주었던 그의 입장들을 글을 통해서 그리고 앞선 건축의 대가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뤄지는 건축물들 대부분이 유럽에 지어져 있다는 점과 근대 건축에 한해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내용의 한계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삶을 바꾸기 위한 건축’과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이 무엇인지-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 그가 직접 접했던 건축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과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구성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귀한 시간-물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대표작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고(건축가 승효상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특히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에 대해서는 다른 건축가들에 비해서 좀 더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도미니크 페로와 같이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축가의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으며,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던(혹은 책을 통해서 접하지 못했던) 건축가들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쉽게 읽어낼 수 있는 글과
어려움 없게 읽을 수 있는 글에서 느껴지는 진지한 고민들과 숙고가 건축가 승효상에 대한 첫인상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글이 사람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말도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얼마나 글을 통해서 나를 말해줄 수 있을까?
어렵고, 쉽지 않을 것 같다.
참고 : 무엇을 읽던지 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빠지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