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시간.건축
Sigfried Giedion 지음, 김경준 옮김 / 시공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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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각형을 채울 필요는 없다)

 

 

 

읽기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들고 다니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던

2주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읽었으니 그 기간 동안은 고난의 행군을 하는 기분이었다.

행군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

 

지그프리드 기디온의 공간, 시간, 건축은 건축-도시계획에 관한 온갖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는 저작이고, 그렇기 때문에 분량도 만만치 않았지만(800) 그런 부담감과 부피로 인한 어려움을 제외한다면 무척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저작이다.

 

한번 읽는다면 여러 지식들을 접하고 얻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간간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기도 하고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이 읽어나가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훑어보는 식으로 읽어서 제대로 이해한 부분이 많지 않기는 하지만 인문학적 시선으로 건축과 도시계획 그리고 관련된 다른 분야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역시나 읽고 이해한 부분보다 넘겨짚게 되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

 

저자인 지그프리드 기디온은 본문에서 다뤄지는 전통과 권위를 앞세우는 학문으로서의 건축(아카데미즘이라고 말하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런 입장에서 활동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쓸모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말하겠지만 저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건축과 도시계획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저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기디온은 1960년대의 건축적-도시적 혼란에 대해서 말을 꺼내며 시작하고 있고, 산업사회의 발전 속에서 급변하고 거대해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건축-도시계획이 변화로 인해서 생겨나는 다양한 요구를 (현재까지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며 지금 상황에서 어떤 문제의식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려주며 시작하고 있다.

 

본문 곳곳에서 이런 고민들과 문제의식 그리고 다양한 질문들을 내놓고 있고 그에 대한 일정한-일관성 있는 대답을 내놓고 있기는 한데, 그런 질문과 대답들이 이전부터 다른 건축과 관련된 책들을 통해서도 일부분 접하기도 했기 때문에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그동안 읽은 책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합의가 가능한 결론들도 접했기 때문에 그런 이해와 공감 속에서 읽는다면 좀 더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지그프리드 기디온은 이런 입장에 대해서 건축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논의까지 끌어들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노력 덕분의 그의 생각이 좀 더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기디온은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우선 시선의 변화에 대해서 언급을 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새롭게 등장한 시선-공간 개념(투시도)을 논의하며 그런 시선-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것을 건축과 도시로 확장해서 살펴보고 있고, 다양한 건축물과 도시의 구성, 사회적인 측면을 검토하며 건축-도시의 변화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유럽의 건축-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디온의 논의는 잠시 방향을 바꿔 건축을 위한 주요 재료인 철과 콘크리트를 다루고 있고, 재료의 변화-발전이 어떻게 결과물(건축-도시)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내용에서 특히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에펠탑이었다.

 

여러 혁신가와 혁명가들에 대한 논의 이후 자본주의-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건축과 도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런 인식의 기초가 있어야만 지금 시대-사회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건축물과 건축의 흐름을 다뤄낸 다음 현대 건축의 선구자들과 유럽과는 또다른 방식의 발전-변화를 보여주었던 미국의 발전 과정(시카고를 중심으로)을 깊이 있게 파고들려고 하고 있다.

 

피카소와 큐비즘 그리고 미래파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선-공간과 시간개념이 현대 건축-도시에 어떤 영향과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진보-개선된 건축-건설기술이 어떤 건축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논의한 다음 기디온은 흔히들 현대 건축의 5대 거장으로 불리는 이들(꼽히는 인물들이 다를 때가 많지만...)의 대표작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

알바 알토

미스 반 데어 로에

이런 5대 거장과 함께 요른 웃존의 대표작들을 검토하며 현대 건축이 무엇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어떤 요구들을 채우려고 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고 있고 대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후의 내용은 다시금 19세기 도시계획부터 지금 현재의 시대가 요구하는 도시가 어떠한 것인지, 어때야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다뤄내며 끝을 맺고 있다.

 

도시계획에 대해서 언급할 때,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리의 오스망에 대해서 상세한 논의가 있기 때문에 오스망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을 것 같다.

 

기디온은 다양한 검토 이후 나름대로의 결론을 찾아내고 있고, 그 결론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과 동의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가 내세우는 결론에 대해서 지지와 반박을 고민하기 보다는 기디온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바로 지금 시대와 사회에 적용해서 새로운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인 접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고,

앞으로도 생각을 이어갈 때 자주 떠올리는 책이 될 것 같다.

 

 

 

 

참고 : 20051106쇄인 책을 읽었는데, 너무 많은 오타와 실수(띄어쓰기와 같은)가 있어서 얼마나 정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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