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겉표지에서부터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잇고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라진 직업의 역사'는 근대화 초기(일제 강점기 시절을 혹은 그 전후로 해서 근대화 초기 시기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적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자)에 생겨났고 사라졌던 그리고 그것이 지금 현재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이 되어서 지금 현재에도 찾아볼 수도 있을 법한 직업들의 역사를 다루면서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풍경 그리고 단순히 직업의 등장과 쇠퇴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지고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내용-의미들을 잘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간간히 저자가 사라진 직업의 역사라는 관점과 주제 속에서 다뤄내지 못하고 때로는 주제와 관점에서 벗어나거나 내용을 풀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엉켜지는 부분도 간간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찾기 어려운 자료들을 꼼꼼히 정리해내고 있고, 그 자료들을 토대로 때로는 사회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여러 철학적 역사학적 정치적 사회적 논의들로 잘 풀어내고도 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무척 다양한 관점들을 그리고 하나의 직업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들과 시사점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저자는 근대화 초기의 여러 직업들 중에서 그 자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직업들(전화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인력거군, 여차장, 물장수, 약장수)을 선택하게 된 사유를 알려주며 자신의 논의를 풀어나가고 있고, 전화의 등장과 그 등장으로 인해서 변하게 되는 사회적-공간적 변화(확장과 축소)를 지적하고 있으며, 근대화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인 여성들이 어떻게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지를(그리고 어떻게 좌절을 겪게 되는지를) 지속적으로 다른 직업들에 관한 논의 속에서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직업의 등장과 쇠퇴만이 아닌 그 등장과 쇠퇴 속에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사회적인 변화와 그 변화에서 지적하고 예리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논의를 진행하고 정리를 하고 있어서 좀 더 폭넓게 (근대 초기라는) 시대와 사회를 그리고 직업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알 수 있도록-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사의 경우도 위와 같은 논의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한 여러 논의와 함께 영화의 기술적 발전과 조선 후기와 강점기 시절의 영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력과 관심 속에 있었는지를 알려주기도 해서(일종의 배경지식 혹은 주변지식들을 알려줌으로써) 좀 더 다양한 관점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으며 어떻게 그 변화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좀 더 쉬운 이해가 가능하기도 했다.

 

기생에 대한 논의와 유모, 여차장에 대한 논의에서도 여성의 입장에 대한 논의와 함께 그들이 사회적인 약자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제대로 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고난-좌절-슬픔을 겪고 힘겨움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지를 상세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주의 관점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직업에 대한 논의들을 어떻게 여성주의의 관점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될 수 있기도 하고, 전기수의 논의와 같이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직업의 등장과 쇠퇴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문자에 대한 관심의 높아짐과 그 높아진 관심 속에서 책을 어떻게 접하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문자 보급이 확산되었는지를 그리고 대중들이 즐기는 책들이 어떤 내용들이었는지를 확인해가며 그 시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인력거꾼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는 비천한 삶을 살아가던 빈민들의 삶과 그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나려고 했고 좌절을 겪었는지를 다루면서 계속해서 내몰려지기만 하는 하층민의 삶을 슬픈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물장수와 약장수의 내용을 통해서 씁쓸한 웃음을 전하면서 그들의 삶과 직업 그리고 그 시대의 풍경을 바라보록 만들어 어떤 변화들이 있었으며 그 변화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반복해서 반추하고 있다.

 

저자의 논의들은 대부분 프랑스 탈근대 혹은 1968혁명 이후의 철학자들로 알려진 이들의 논의들에 많이 의지를 하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들과 논의들을 약간이나마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논의들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할 것 같고, 그 논의들을 확장시켜 볼 수 있기도 할 것 같으며, 논의의 활용 방식을 통해서 어떤 논의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논의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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