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민 혁명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1
박윤덕 지음 / 책세상 / 2010년 10월
평점 :
이제 더 이상 혁명을 말하는 시대도 아니고,
혁명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린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혁명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서 다뤄지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혁명은 역사가 되어버렸고,
박제-신화가 되어버렸다.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박윤덕의 ‘시민혁명’은 박제가 되어버리고,
학술적인 논의로서만 다뤄지게 된,
역사적인 한 시대를 말하게 될 뿐인,
혁명을 다시금 불러내려는 용감한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그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단지, 나와 같이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해서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싶은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나 근대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시민혁명들을 개별적으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느슨한 연관 속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 흥미를 끌게 되는 것 같다.
걸핏하면 혁명이라는 단어를 꺼내게 되고,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기는 하지만 정작 혁명이 어떤 의미로서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잊어버린 우리들에게 시대적으로 그리고 의미적으로 혁명이 무엇이었는지를 검토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혁명에 대한 명확한 정의 이후 시민혁명의 기원과 진행과정을 미국, 영국, 프랑스 혁명을 하나로 묶어서 각각의 개별적인 특성과 유사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혁명에 대한 정의 이후 혁명의 시작과 진행과 종결이라는 전형적인 논의에서 조금은 벗어나 반복해서 혁명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어떤 과정 속에서 혁명으로 이어지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간략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관점으로 혁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갖고 읽게 만든다.
혁명의 끝자락에서의 분열과 갈등, 종결과 성과에 대한 논의에서는 혁명을 하나의 시작과 끝이 있는 과정으로서 혹은 과거의 역사로서의 혁명으로 논의를 완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하나의 완결로서 혁명을 다루기보다는 어떤 순환 / 주기로서의 혁명으로 이해되도록 의도하기도 있기 때문에 시민혁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를, 그 시대의 문제의식과 직접적인 행동 / 실천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를 독촉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외침에 대해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침묵하거나 아예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떠들썩하게 외치지는 못해도 조용하게라도 혹은 말없이 저자의 의견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그렇듯... 문제는 침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천이 없으면 어떤 것도 의미는 없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나 또한 침묵하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