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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사 윌리엄 마셜 ㅣ 한길 히스토리아 3
조르주 뒤비 지음, 정숙현 옮김 / 한길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역사는 계속된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1340454
중세의 결혼 - 기사, 여성, 성직자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5867605
나는 단지 그 시대 사람들이 보았던 그대로의 세계를 보도록 시도하고 싶을 뿐이다.
조르주 뒤비의 책을 몇 권 읽지는 못했지만 항상 그는 중세시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그 시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그리고 그 시대를 말해주면서 겸허함을 보이며 진심으로 그 시대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글을 통해서 중세시대를 접하게 될 때에는 좀 더 그 시대 속으로 접근하는 것 같고, 그 시대에 머물며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듯이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조르주 뒤비의 대표작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그가 중세시대-봉건사회를 접근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통해서 추측한다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듯이 중세시대와 봉건사회에 대해서 논의하고 설명하기 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혹은 다른 역사가들이 비교적 관심을 덜 갖는) 계급이나 집단, 성, 생활상 등을 통해서 그 시대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그런 구체적인 모습들을 통해서 사회구조와 특징,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감수성이나 삶의 태도와 방식을 탐구하고 있는데, 대단하지 않은 것들로 생각되던 혹은 그런 것들을 굳이 분석하고 검토하며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가 의문스럽던 주변부에 머물던 것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는 점은 무척 대단하고 흥미로운 것 같다.
‘위대한 기사, 윌리엄 마셜’ 또한 중세시대-봉건사회의 가장 위대한 기사로 꼽히는 윌리엄 마셜의 생애를 통해서 그 시대의 중요한 축이었던 기사계급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기사계급의 삶을 통해서 그 시대가 어떤 구조와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를, 그 구조-구성 속에서 어떤 방식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엿볼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단순히 윌리엄 마셜의 태어남과 삶 그리고 죽음이라는 일반적인 흐름으로 논의를 진행하기 보다는 각각의 내용들에서는 다뤄지는 시기가 겹쳐지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중세시대와 봉건사회에 대해서 약간은 알고 있어야지 난해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조르주 뒤비는 기사라는 계급을 재구성하려고 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계급 중 하나인 기사계급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하고 그런 이해 속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는데, 이런 접근을 위해서 어째서 윌리엄 마셜의 생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는 이후에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의 죽음부터 다루고 있는 첫 번째 장을 통해서 우리는 항상 죽음을 깊이 염두에 두고 있던 중세시대-봉건사회의 특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고, 죽음의 과정 속에서의 엄숙함과 장엄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조르주 뒤비는 중세시대-봉건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그 생각의 틀과 범위 내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항상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그 시대의 사람들이 단순히 문명화가 덜 되었던 이들이 아닌 지금의 우리들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간 이들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조금은 다른 삶의 태도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은 태도이고 이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내비치고 있다.
어쨌든, 윌리엄 마셜의 죽음과 그 이후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길게 설명한 다음 그의 삶의 시작부터 되짚고 있는데, 조르주 뒤비는 그의 삶을 바라보기 보다는 그의 삶을 통해서 중세시대-봉건사회의 기사계급의 삶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기사계급의 세계가 어떤 특징과 이해관계 속에서 계급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조르주 뒤비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던 그대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자신의 이해함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이해의 과정 속에서 어떤 부분에서는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자신도 확신을 갖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겸손하고 솔직한 인정은 그의 분석이 갖고 있는 한계를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좀 더 그의 논의에 관심을 갖고 그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중반부에서 지배계급 사회-세계의 특징에서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다른 저서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가정 속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 같아서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조르주 뒤비 본인도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만 머물 뿐 더는 파고들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내용을 읽다가도 책을 덮고 간간히 생각에 잠기게 되기도 했다.
무엇을 암시하는 것 같기는 한데, 더 이상의 단서가 없어서 포기하는 것 같은데, 좀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이해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좀 더 이해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낟.
윌리엄 마셜의 삶을 통해서 조르주 뒤비는 중세시대-봉건사회의 가족의 구성, 기사계급의 특징,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존재에 대한 논의, 계급상승에 대한 논의, 왕과 기사의 관계, 전쟁의 의미, 결혼의 의미 등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이런 논의를 종합한다면 결국 중세시대-봉건사회를 기사계급을 통해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하나의 계급을 통해서 그 시대를 바라본다는 방식이 얼마나 우수한 방식이고 탁월한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방식이며, 그들의 삶을 탐구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조르주 뒤비는 기사계급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인 윌리엄 마셜의 삶을 통해서 그의 삶과 기사계급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고, 그들이 어떤 이해관계와 삶의 태도와 방식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변해버리는 시대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어쩐지 그의 글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더는 그들을 실제로 만날 수 없다는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참고 : 조르주 뒤비는 중세시대-봉건사회가 마치 ‘돈’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시대인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의 선입견을 깨트리기 위해서인지 반복해서 그 시대에도 돈이 무척 중요했던 시대였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그 중요성에 대한 입장이 지금처럼 돈 자체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거나 혹은 돈-권력으로서의 입장이 아닌 돈이 없음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치욕-무력감을 경험하지 않으려는 이유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런 논의를 통해서 지금 시대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