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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하는 범죄와 관련된 주제의 책들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크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중고서점에 꽂혀 있던 ‘진단명 – 사이코패스’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는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쉽게 눈이 들어와 골라잡게 되었고,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고 논의였기 때문에 금방 읽게 되었다.
저자인 로버트 D. 헤어는 사이코패스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하지만 그 권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 얼마나 권위가 있는지 그리고 그의 논의가 얼마나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담겨진 내용으로서만 판단한다면 꽤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에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마치 일상용어처럼 되어버렸을 정도로 쉽게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해 본다면 사회적으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쓰게 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고, 그것의 제대로 된 의미도 잘 모르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저 또라이나 미치광이의 좀 더 세련된 형태의 혹은 전문가적 용어나 유행어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목부터 사이코패스를 달고 있는 ‘진단명 – 사이코패스’도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 번갈아가면서 걸핏하면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일러두기를 통해서 간단하게 다루고 있었어도 명쾌하게 이해되지도 않고 있고, 희미하게만 이해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이것을 읽었다고 사이코패시와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뭔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해시키기 위해서 무척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그 노력이 많이 빛이 바랜 것 같다.
저자가 ‘진단명 – 사이코패스’에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이해와 함께 그 판단과 구별을 좀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서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모색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내용을 다 읽었음에도 깨우침이 부족한지 사이코패시가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사이코패스가 좀 더 좁은 의미와 구체성을 갖고 있는 의미로서만 이해가 되고 있을 뿐이었고, 좀 더 이에 대한 논의를 해준 뒤 내용이 진행되었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쨌든, 저자는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에 한해서 자신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그들의 여러 특징들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어떤 존재들인지를 이해시켜주고 있고, 그들과 뭉뚱그려서 다뤄지는 다른 정신질환 혹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며 좀 더 명확하게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를 정의하려고 하고 있고 구분을 주려고 하고 있다.
그들의 특징과 구분, 정의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서 조금씩은 접하기는 했지만 ‘진단명 – 사이코패스’는 다른 책들에 비해서 좀 더 넓은 범위로서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를 정의내리고 있다는 점이 그동안의 연쇄살인범에 한해서 정의를 내리려는 일반적인 접근과는 다른 점인 것 같고, 지나치게 범위를 넓혀서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저자가 상세하게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의 특징들을 다루면서 그 특징과 구분 속에서 다양한 방식의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시의 모습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언론과 대중문화를 통해서 접하게 된 선입견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만들어주고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내용은 후반부에 많이 있었는데,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에 대한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기는 했어도 일상에서 어떻게 그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으며, 이어지는 그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논의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특징과 일반인들과의 차이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되었다.
저자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그들을 구분하려고 하고 있고, 그들을 어떤 식으로 사회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단순히 탐구하고 연구로서의 대상이 아닌 좀 더 실천적인 접근과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본보기가 될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어떤 극단 속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다양한 고려 속에서 자신의 결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저자는 무언가 뚜렷한 답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을 하는 듯이 현재로서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고 그들의 유전적인-태생적인 문제와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라는 삶의 과정에서의 문제 모두가 고려의 대상이며 어떤 방식으로도 그들은 쉽게 그 잔인성을 제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며-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약간은 허무하고 조금은 아쉬운 대답에 흐지부지한 마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결론이 지금의 한계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점점 더 사이코패시와 사이코패스가 활동하기 좋아지기만 하고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인데, 바로 그런 존재들이 지금 이 시대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