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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아나키즘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정부주의라는 말이 떠올려지기 마련이고, 그런 식으로 아나키즘을 그리고 무정부주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마도 아나키즘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일 것 같다.
물론, 아나키즘 = 무정부주의라는 연결만이 있을 뿐 좀 더 상세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저 글자 그대로 무정부주의라고 이해하는 것이 고작인데, 이런 부족한 이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하지만 ‘아나키즘’의 저자는 그런 식의 이해는 아나키즘을 무척 평면적으로 이해를 하게 되거나 왜곡된 이해를 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진정한 아나키즘이 어떤 입장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를 ‘아나키즘’을 통해서 읽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이 참다운 아나키즘이라면... 그런 관점과 세계관이야 말로 진정한 아나키즘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나키즘이 주장하는 뜻에 설득당할 것 같고,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저자는 우선 아나키즘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고, 지금-현재의 시대에 아나키즘을 어째서-어떻게 다시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짧게 논의를 하며 시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사회에서의 다양한 권위와 지배-피지배 관계 속에서 아나키즘이 갖고 있는 (올바르지 않는) 권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지배에 대한 거부에 대해서, 아나키즘이 갖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을 중요시 하고 권위와 지배에 대한 저항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는 시각이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나키즘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아나키즘의 입장은 거대함 보다는 소박함을 추구하고 공동체를 강조하며 다양성과 관용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주장하는 관점인 것 같은데, 이런 세계관과 입장 속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실천과 태도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며 기존의 사회주의에 대한 일정 수준의 비판(혹은 개선점 지적)과 (사회주의와의) 차이점을 말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주의와의 차이나 (일정 수준의 건전한) 비판은 저자의 논의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고 있고, 대부분은 아나키즘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서 진정으로 아나키즘이 의도하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아나키즘의 입장(들)이 왜곡되고 오해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아나키즘의 이론적 토대를 쌓았던 그리고 큰 업적이 있던 이들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다루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사상가만이 아닌 동양의 고전 사상가들 중 아나키즘의 세계관과 유사한 관점을 보이고 있는 사상가들의 논의들을 검토하며 결국 아나키즘이 ‘과학적 사회주의(마르크스-맑스주의 적인)와 달리 본능적인 반란과 저항의 힘’을 갖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시대 및 사회에서 아나키즘에 대한 입장과 유사한 관점을 갖고 있는 사상가들과 여러 직접적인 실천 및 행동들에서 아나키즘의 관점과 분석 그리고 입장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논의가 아나키즘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와 세계를 이해하는 입장들에 비해 좀 더 우수하다는 뜻으로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아나키즘이 어째서 일반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로서 이해될 수 있기도 하겠다.
저자는 한국의 아나키스트들에 대한 짧은 소개들을 이은 다음에 아나키즘이 갖고 있는 중요한 입장들(공동체 및 농촌 친화성, 자기 존엄성과 자립성에 대한 강조와 소박함의 추구, 무분별한 발전에 대한 비판, 민중에 대한 친화성, 연대의 중요성, 직접 행동에 대한 강조와 전위 조직에 대한 비판, 통제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비판 등)을 두루 소개하고 있고, 그런 세계관과 입장, 관점 속에서 아나키즘은 행동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저자는 특히 직접적인 행동과 연대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전위적인 누군가(들)에게 의지를 하는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들의 문제점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자의 논의(들)에 대해서 흥미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나키즘’에서는 아나키즘이 사회주의와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차이점들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주의와 갈등을 만들려는 의도로서 읽혀지지는 않고 있으며, 어떤 유사성을 갖고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조금은 다른 두 시각이 겹쳐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라타니 고진의 논의를 중심으로 가능성을 찾아보고 있고, 그동안 막연히 꿈꾸던 혹은 생각해보던 가능성들을 실현시키려는 일련의 노력들(다양한 사회적 실천, 사회적 경제, 생산협동조합, 대안적 공동체 등)을 소개하며 짧은 논의를 마무리 짓고 있다.
짧은 분량(150페이지 가량)의 논의이기 때문에 아나키즘에 대한 많은 논의들을 상세하게 논의하기 보다는 간략하고 짧지만 핵심적인 입장들을 소개시켜주고 있다.
짧지만 핵심적인 논의들에서 큰 감흥을 받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궁금증이 더 커져만 가게 되어서 아나키즘에 대한 논의들에 좀 더 흥미가 생기는데,
이런 흥미와 관심이 그저 재미 차원의 흥미와 관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아나키즘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입장인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갖게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