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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22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 한길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무척 좋지 않은 시기에 읽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저 대충 훑어보는 수준에 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마라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그처럼 대충 읽어버리기에는 무척 중요한 논의들이 많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시기에 읽게 된 것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읽기 좋은 시기라는 것도 딱히 없을뿐더러, 그런 시기에 읽었다고 해도 분명 이해되지 못하는 점들이 많아서 온갖 투정을 부렸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개인적인 (별 것 아닌) 악조건 속에서 읽게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서 마루야마 마사오가 당시 얼마나 시대적 / 상황적 악조건 속에서 이런 논의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조금은 섣부른 이해가 가능하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마루야마 마사오에 대해서는 특별히 들어본 적이 없었고,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지식으로 인해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을 정도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처럼 사전 지식이 없이 그의 논의를 접하게 된다면 조금은 어떤 연관 관계 속에서 논의를 하게 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수 있었는데, 굉장히 상세하고 장황하다고 말할 정도로 길고 긴 추기와 보주를 통해서 어떤 상황으로 인해서 그리고 어떤 목적과 의도 속에서 자신이 그런 논의를 했는지 무척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각각의 글들의 배경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읽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 속에서 글들이 정리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몇 가지의 주제 속에서 엮어내고 있는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크게 세 가지 주제 속에서 글들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하고 있는 일본의 파시즘에 대한 여러 논의들인데, 국가주의의 논리 구조에 대해서, 일본 파시즘 운동의 역사적 과정, 군국주의자들의 정신구조와 형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 우익운동과 현실주의에 대한 논의까지 다양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파시즘에 대한 여러 각도로의 해석과 비판 그리고 논의라는 점에서는 일정한 일관성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비교하며 일본의 파시즘을 분석하고 있고, 그밖에도 여러 학자들의 논의들과 미국과 소련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검토하면서 일본의 파시즘에 대해서 그리고 그 파시즘 사회의 역사적 과정과 실제 주도 세력들의 정신구조와 형태에 대해서 매우 예리하고 예민하게 분석을 하고 있다. 때로는 무척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고 정교하게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철저할 정도로 일본의 파시즘을 해부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명확한 분석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정치사상과 이론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는 내용인데, 마루야마 마사오에게 큰 영향을 준 학자인 래스키에 대한 상세한 논의와 파시즘이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 발생되고 사람들을 현혹시키게 되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고, 국가주의, 군국주의, 파시즘에 대한 각각의 차이점과 특징과 특성들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좀 더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데, 정치와 정치학에 대해서, 권력과 도덕에 대한 역사적 변화, 지배와 복종 그리고 저항의 문제, 실천과 저항 그리고 입장과 태도의 문제까지 매우 다양하고 쉽게 다룰 수 없는 문제와 논의들을 때로는 간략하게 그리고 기본적인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제시하며 논의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이 구체적인 논의들에서 추상적인 논의들로 진행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마루야마 마사오는 단순히 그런 방향이라고 볼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자신이 그리고 일본이 경험한 파시즘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그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들이 그저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논의가 아닌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분량의 글들로 이뤄져 있기는 하지만 무척 밀도 있는 논의들이 많아서 읽는데 까다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파시즘을 실제로 경험하였기 때문에 좀 더 예민하고 정교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그 논의들 속에서 끊임없이 실천의 문제를 그리고 입장과 태도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고민스럽게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마루야마 마사오의 고민들로 인해서 쉽게 파악할 수 없고, 정리할 수 없는 논의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도록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
일본 우익운동이 보여준 여러 모습들이
지배와 복종, 권력에 대한 논의들이
태도와 실천 그리고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들이
지금 한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논의들이라고 생각되고,
그가 다루고 있는 태도와 현실주의에 대한 시각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반성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 읽게 되었고, 읽는 동안 많은 내용들을 이해하지는 못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물음과 대답 그리고 반성을 하게 되도록 만들고 있다.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다음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근심어린 고민들을 더 이해해가며 읽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