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8
김민하 지음 / 텍스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운동권

많은 사람들이 ‘운동권’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거부감을 느끼게 되거나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불만만 많은 패배자들로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레닌과 오타쿠

어떻게 생각해도 레닌과 오타쿠는 어울리는 점이 쉽게 떠올려지지 않게 되지만 달리 생각하게 된다면 무척 비슷한 점들이 떠올려질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반대의 의미에서 하나로 겹쳐져 있는데, 본문에서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레닌은 실제 현실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었다면, 오타쿠들은 가상세계 속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쫓고 있다는 / 이상적인 세계를 찾기 위해서 가상세계로 빠져든다는 점에서, 둘 모두 자신들의 세계를 완성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같은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모두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기 보다는 현실 너머를 꿈꾼다는 점에서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인 김민하는 그저 괴짜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동일한 모습을 가진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점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라며 가볍게 접근하고 있고, 그의 경우에서 보듯이 정치적인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정치적인 각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많다는 의미로서 레닌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레닌에 전혀 알고 있지 않았고, 게임과 만화 그리고 수많은 취미에만 빠져 지냈던 그저 오타쿠였던 저자가 어떻게 레닌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정치적인 각성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흥미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저자인 김민하는 게임에 빠져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꺼내놓으며 어떻게 자신이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를 얘기해주는데, 꼼꼼하고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어린 시절에 대한 상세한 기억을 갖고 있고 그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그의 외골수적인 성격과 그 당시로서는 그렇게 느끼진 않았지만 점점 깨닫게 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 느껴졌던 불만과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방식을 어떻게 가상세계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지를 얘기하주고 있다.

그렇게 일상을 통해서 경험하고 알게 되어가는 수많은 모순들과 ‘노무현 열풍’으로 인해서 정치에 그리고 사회 문제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통해서 흔히들 말하는 진보운동 영역으로 접근해가는 과정을 들려준다.

대학 생활의 여러 일화들과 개인적인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서 좀 더 직접적인 운동권 활동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와 그리고 본인의 삶의 여러 난관들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그리고 애처롭지만 낙관적인 시각으로 얘기해주고 있다.

그저 사회에 불만만 많은 꽅통들로만 생각되는 운동권 사람들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과 그들도 어떤 강렬한 계기나 의식을 갖고 진보적인 입장과 실천을 하게 된 것이 아닌 조금 더 적극성을 갖고 정치적인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들을 통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우리들로 하여금 정치라는 것이 그리고 하나의 실천이라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물론, 저자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삶일 것이고 선택일 것이지만, 그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일상생활 속에서도 정치적 인식과 실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읽는다면 무척 흥미롭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닥치고 정치를 말하는 세상에서

쫄지 말라고 서로를 응원하는 세상에서

어울리지 않게만 느껴졌던 레닌과 오타쿠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비슷한 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듯이 일상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는 운동권 활동가들의 삶도 어쩌면 일상에 짓눌려 지내는 우리들의 삶과 마찬가지의 삶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들의 평범한 삶도 언제든지 그들처럼 특별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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