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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기독교와 관련된 책들을 가끔씩은 읽어보지만 일부러 그런 책들을 찾기 보다는 선물을 받게 되어서 혹은 그냥 넘겨받게 되어서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기 때문에(가족과 주변 사람들 중 기독교도들이 무척 많다) 읽게 되는 책들의 내용의 좋고 나쁨의 차이가 무척 큰 것 같다.
어떤 책들은 그럭 저럭 읽는 재미라도 있지만 / 어거지로 읽어내게 만들기라도 하지만,
어떤 책들은 읽어내는 것 자체가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엉망진창인 경우도 많다.
그렇게 본다면 최근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하는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을 가장한 종교적 믿음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담고 있는) ‘오두막’은 그 내용에 대한 동의와는 상관없이 충분히 읽게 만들게는 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오두막’은 기본적인 모양새는 소설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그리고 수많은 종교적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담고 있을 뿐인 종교 서적이지만 기존의 종교 서적들과는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척 흥미롭게 생각되게 만든다.
우선 (범죄) 소설적 구성을 갖도록 해서 읽는 이들이 좀 더 이야기로서 이해되도록 만들고 쉽게 접근하고 설득될 수 있도록 (흥미를 갖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주인공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상황(딸의 죽음)에 빠지도록 만들어 그가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한 회의와 물음들에 보다 공감하고 그가 설득되어가는 것에 함께 설득이 될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강한 설득력을 갖도록) 내용을 꾸미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유명 목사나 종교인, 권위자를 통해서 신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신과 만남으로써 (그들을 통해서가 아닌 신이 직접 일반 사람들과 대화하고 자신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고 설득한다) 과거에 비해서 더욱 더 복잡해지게 되었을 뿐인 세상에서 어떻게 신을 이해해야 하고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의 절대자의 모습과는 달리 친근하고 ‘우리들과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고, 권위적이고 복종을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유연함을 갖고 있고, 자신에게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되돌아와야 하는지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예전과는 달리 직접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구걸하는 모습처럼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믿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과는 달리 조금 더 밀접하고 가깝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고, 신과 나 사이의 중간에 있는 종교적 권위자 혹은 중간자를 배제하며 다가오고 다가갈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오해로(만) 가득한 기독교 근본주의와 독선과 광기 그리고 선동에 물든 최근의 흐름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에 대한 반응이기도 할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대중적인 / 현대적인 방식의 종교개혁과도 같은 의미로서 ‘오두막’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일종의 소박함으로 채워진 믿음과 신앙), 그렇게 거창하게 이해하기 보다는 반복되는 종교적 물음과 대답의 21세기 적인 방식 혹은 유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의미로든 거대함과 선동 그리고 독선으로 가득한 최근의 흐름과는 거리감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명 인상적이고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관심을 갖게는 만든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으로 가득한 작품일 것이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제는 별의별 방법을 다 써먹는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