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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과 정신분석임상 : 구조와 도착증 ㅣ 아난케 정신분석 총서 1
조엘 도르 지음, 홍준기 옮김 / 아난케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번역자인 홍준기는 라깡과 관련된 국내 연구자 중 가장 왕성한 번역 활동을 하고 있는 편이고, 라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서들을 발표하고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꽤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 의해서 번역된 조엘 도르의 “라깡과 정신분석임상 - 구조와 도착증”은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못하고 소개되지 못했던 라깡의 논의를 토대로 한 임상과 관련된 연구서이고, 번역자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에서도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 연구서로 평가되는 것 같다.
혹시나 라깡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경우를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용 중에서는 직접적으로 라깡의 논의를 상세하게 다루지 않고 있음에도 ‘라깡과 관련된 연구서’로 다뤄지는 이유는 아마도 (라깡과 관련된 연구서들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저자 조엘 도르가 라깡의 이론적-분석적 입장에 근거해서 증상을 분류(일반적인 정신병에 대한 분류 방식과 라깡의 분류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하고 있고, 라깡의 논의가 갖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논의인 겉으로 확인되는 증상과 증세를 통해서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분석주체들의 무의식의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진단한다는 입장을 갖고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는 직접적으로 라깡의 논의를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저자의 논의는 결국 라깡의 논의에 충실하고 그 논의의 토대 위해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과 분야에서 논의되는 정신분석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신적 장애 혹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실천적 학문이라는 기본 입장에 맞는 임상과 관련된 연구서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엘 도르의 임상과 관련된 연구는 흥미를 갖기에 충분하였지만, 역시나 관심과는 별개로 논의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분석과 라깡의 논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초반에 다뤄지는 논의들만 일정정도 이해가 되었을 뿐 후반부의 상세한 논의들은 읽어나가면서도 매우 어렵게만 느껴지게 되었다.
저자는 정신분석의 가장 기본적인(그리고 첫 단계인) ‘증상과 진단’의 방식에 대해서 우선 논의를 진행한 후 진단과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구조적 특징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 이유를 논의하고 사례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이 정당한 논의라는 것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동안의 ‘구조’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갖게 된 선입견을 제거하기 위해 잠시 구조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그 구조 속에서 ‘팔루스’가 갖는 중요성을 간략하게 다룬 다음 정신분석 그리고 정신병리학에서 많은 오해와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까다로운 ‘도착증’에 대한 고전적인 그리고 그동안의 논의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고, 어째서 도착증에 대해서 논의를 집중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저자는 이후 도착증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전개하며 다른 증상들(신경증, 정신병, 히스테리 등) 과 어떤 구조적 차이를 갖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고, 도착증 자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하며 정신분석이 갖고 있는 다양한 논의들 중 가장 핵심적인 논의들을 통해서 도착증을 검토하고 있다.
정신분석과 프로이트 그리고 라깡의 논의에 익숙한 독자라면 읽는데 무척 생소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도착증에 대한 논의를 많이는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논의의 진행이 생각보다는 까다롭게 느껴질 것 같다. 게다가 간간히 인접한 다른 증상들과 함께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읽는 중 헷갈려지기도 할 것 같다.
그나마 저자는 되도록 명확하고 간략하게 자신의 논의를 진행하고 정리하고 있는 편이라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고, 읽는 어려움 속에서도 꽤 흥미로운 논의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놓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새롭게 알게 되고 조금은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도착증에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분석과 정신병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들도 동시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임상과 관련된 논의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읽기를 고려해 볼만한 저작인 것 같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신분석과 프로이트-라깡의 논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만 그나마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