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의 역사
노명식 지음 / 책과함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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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역사(과거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었다. 이번은 재출판된 것이다)’의 저자인 노명식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을 통해서 알게 된 역사학자이고, 뒤늦게 알게 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원로 / 1세대’ 서양사학자로서 큰 명성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은 명성은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이 워낙 만족스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우연히 그의 다른 저서를 발견해서 구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자유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 보다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처럼 좋은 내용의 책일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저자인 노명식은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의 논의들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더함으로써 단순히 복잡한 논의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입장과 시각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입장과 관점-시각이라는 것이 편향되거나 한쪽으로 기울기 보다는 ‘균형 잡힌-모범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누구나가 관심을 갖고 그의 글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유주의의 역사’에서도 그의 관심과 글쓰기의 특징을 잘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해서 기형적으로 이해되고 해석되는 자유주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자유주의의 역사’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가 어떤 이해와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추구함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리고 차이로 인해서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서 저자는 우선 어째서 자유주의를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한국의 경우 (앞서 말한) 역사-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도 인식도 극히 허약하고, 앞으로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 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유주의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당위성을 논의한 다음 저자는 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이 내린 정의와 함께 그 철학적 기반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로서 ‘개인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략적으로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입장들의 변화와 차이들은 검토하면서 자유주의와 관련된 가치를 논의하며 자유주의가 어떠한 입장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그리고 어떤 기본적인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후의 내용은 자유주의가 어떻게 출현하고 발전하였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에 따른 해석과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입장에 따라 당시에 맞물려서 대두된 경제적 변화와 종교 개혁과 연관되어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과 옹호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확장되었다고 진단한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어떻게 자유주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검토하고 있고, 정치적-개인적인 의미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쉽게 논의하고 있지만, 초기 자유주의가 갖고 있던 경제-재산에 대한 모호-모순된 시각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검토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기 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네덜란드-영국의 자유주의에 대한 검토가 있은 후, 자유주의가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8세기 프랑스의 자유주의에 대해서 논의하며 좀 더 풍부한 시각을 제공하게 되는 과정과 함께 미국의 독립혁명-프랑스 혁명으로 인해서 자유주의가 새로운 시대의 (주류)관점으로 대체-교체되었다고 결론 내린다.

자유주의의 ‘승리’ 이후 자유주의를 두 개의 흐름(보수적 / 진보적)으로 분리하여 그 변화를 정리하고 있고,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입장에 대한 간단한 검토 후 최근까지의 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흐름들(도크빌, 존 스튜어트 밀, 케인스, 1차 및 2차 세계대전, 매카시즘, 전체주의, 냉전, 존 롤스,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을 두루 살피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자유주의의 여러 관점과 입장들을 간단하게나마 검토하며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와 어떤 자유주의로서의 가치와 입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유주의라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꽤나 아무렇지 않게 논의가 가능한 것 같이 생각되지만 생각만큼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과 흐름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고 정리하고 있는, 거기에 자신만의 입장까지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이해되지만,

분명 쉽게만 채울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도 누구나 어렵게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좋은 내용과 좋은 시각으로 내용을 채우고 있다.

지나치게 모범적인 시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너무 야박한 평가일 것 같다.

한국처럼 자유주의를 말로만 떠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주의의 역사’를 통해서 제대로-최소한 자유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고서 자유주의를 말해야 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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