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뒤로 빼지마 - 엘지카드 노동조합 이야기
손낙구 지음, 신한카드(구 엘지카드) 노동조합 기획 / 후마니타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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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항상 세상에 관한 온갖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책을 통해서 혹은 여러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마다 큰 좌절감을 갖게 될 때가 많다.

 

그저 아는 척하고,

알고 있는 척만 하고 있을 뿐이지,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혹은 알아야 하는 것들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만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엘지카드 노동조합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그들에게 닥친 고난을 영리하게 이겨냈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의자를 뒤로 빼지마’는 얼마나 아는 것이 없이 살아가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만들어주는 내용이었고 시간이었다.

 

2000년대 초에 벌어진 ‘카드 대란’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일련의 경제적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신용’에 대해서 엉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이 부도덕하며 책임감이 없는지를 (항상 그렇듯)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어쩐지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 대란’과 일정부분 유사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책이 전하려고 하는 의도가 그것을 비교하며 검토하려는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비교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다른 논의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다.

 

얼마 전이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한때는 잘 나갔던 ‘엘지 카드’가 어떻게 성장가도를 달렸고 위기에 봉착했는지를 간략하게 다룬 다음 얼마나 급작스럽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가장 책임이 있어야 하는(하지만 실상은 최소한이라는 책임감도 없는) 대주주(잘나고 잘나신 구씨 일가)들이 자신들만의 이익만을 챙기고 ‘손 털고’ 떠난 뒤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함께 뭉쳐서 재건을 이루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엘지 카드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이라도 기억이 나지를 않기 때문에 얼마나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어떻게 그들이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어가면서 읽어가면서도 황당한데 직접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그리고 두려웠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목만으로는 쉽게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의자를 뒤로 빼지 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가면서 그들이 경험하게 되는 ‘노조’에 대한 의미를 보다 실감나게 느껴지게 되었고, 노동조합이 생소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어떻게 노조를 구성하고 흔히 떠오르게 되는 복장(붉은 색 머리띠와 조끼)을 하고 구호를 외치게 되는지를 시간 순으로 담아내며 단순히 멀게만 느껴졌던 노동조합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와 함께 그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위에서 말 했듯이 엘지 카드 노조는 다른 일반적인 노조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들이 있고(많고), 그런 점들에 대한 지적은 금속노조에 많은 시간을 몸담고 있었던 저자를 통해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관성화 되어버린 노조 운영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으며, 항상 밀려나가고 고립되기만 했던 최근의 노동운동이 거둔 멋진 성취들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가장 추웠던 2000년대 초의 겨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될 것 같다.

 

마무리에서는 엘지 카드 노동조합이 갖고 있는 타 노동조합과의 차이점들에 대해서 그리고 엘지 카드 노동조합 활동의 특성들을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고 있고, 최근 들어서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이 겪고 있는 힘겨움에 대해서 사실감을 담아내어 설득력 있게 읽는 사람에게 그들의 어려움들을 전달하고 있다.

 

우연하게 접하게 된 책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인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아마도 앞으로도 가끔씩 다시 들춰보거나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면서 살아가는지를 떠올리며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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