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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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이기 보다는 마치 실존주의 소설과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음울함과 삶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로렌스 블록의 ‘800만가지 죽는 방법’은 어둡고 살벌한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음울함과 고독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범죄 /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로렌스 블록의 작품은 우연히 접한 ‘무덤으로 향하다’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하드보일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서는 범죄 사건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보다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주인공 매튜 스커더의 개인적인 고뇌와 수많은 독백 그리고 그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느끼게 만드는 현대인의 여러 모습들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범죄 소설이기 보다는 사회 소설일 것이고, 사회 소설이기 보다는 심리 소설일 것이다.

이와 같이 기본적으로는 하드보일드이지만 일종의 심리소설 / 실존주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로렌스 블록의 작품은 범죄에 대한 묘사 보다는 그 범죄를 통해서 생겨나게 되는 심리적 변화와 갈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고민으로 가득한데, 등장인물들 대부분의 심리적 상태는 공허와 허무이고 그 공허와 허무로 인해 좌절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로 인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이들도 있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은 시기적으로 ‘무덤으로 향하다’보다는 이전 시기로 생각되는데, 여전히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매튜 스커더의 모습과 그의 괴로움 / 갈등들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와 함께 우연하게 살인 사건에 개입되어가며 점점 더 개인적인 갈등과 의문으로 가득한 살인 사건이 하나로 겹쳐지면서 매튜 스커더의 개인적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허무와 의지가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일반적인 범죄 사건과 도시의 어둠으로 채워진 하드보일드를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그 어둠이 감돌면서도 개인의 실존적인 고민으로 가득한 로렌스 블록의 소설에서 재미 보다는 지루함을 먼저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건의 발생과 전개 그리고 해결 과정도 그다지 긴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고, 사건에 대한 해결 과정 대부분이 대화와 묵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리고 사건의 해결 자체도 큰 반전이나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이고 있지도 않아서 자극적인 범죄 / 하드보일드 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큰 의미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하드보일드가 담아낼 수 있는 건조함과 도시의 어둠 그리고 그 어둠에 젖어 있으면서도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끝없이 몸부림치는 허무와 절박함 그리고 일말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읽어나가게 된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작품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느릿하고

조금은 더딘 느낌은 들지만

날렵함은 부족해도 뚝심 있고 묵직함이 담겨져 있는 멋진 작품이다.

노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참고 : 작품 속에서는 지속적으로 신문과 미디어를 통해서 도시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죽음들을 거론하고 있다. 로렌스 블록은 그런 죽음들이 익숙하면서도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언급되는 다양한 죽음들을 통해서 끝없이 삶을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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