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반란 - 온누리신서 6
에릭 홉스봄 지음 / 온누리 / 198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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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맑스(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고, 흔히들 말하듯이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방식으로 역사를 내려다보지 않고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에릭 홉스봄은 그가 맑스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의 시각이 갖고 있는 (최선을 다한) 객관성과 다양한 자료와 논의들을 검토하며 얻게 된 자신만의 결론에 대한 풍부한 시각 그리고 탁월한 통찰력은 이미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저서들을 통해서 확인되었었고 아마도 그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에릭 홉스봄의 저서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는 그의 ‘시대 시리즈(혁명, 자본, 제국, 극단)’로 알려진 저서들을 통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대한 그만의 시각을 반영한 내용들과 두 번째로는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근대적 특성(민족주의,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의적에 대한 논의, 스페인 및 유럽을 중심으로 한 민중반란 등에 관한 논의)에 관한 논의들과 마지막으로 그의 이론적 혹은 개인적인 내용들에 관한 저서들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초적 반란’은 두 번째에 해당되는 내용일 것이며 근대적인 특성과 성향을 갖기 전의 민중반란 혹은 폭동에 관한 논의들이다.

그가 서론에서 얘기하듯이 체계적이고 상세한 논의를 하기 보다는 대략적으로 혹은 간략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의 주요 저서들과 같이 상세한 분석이 이뤄지기 보다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되었던 민중들의 반란들이 어떤 형태와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그 모습들이 근대 사회에서의 (뚜렷한 이데올로기와 정치적인 성격을 지닌) 운동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홉스봄은 이처럼 근대적인 정치적 성향을 보이기 이전의 민중들의 반란을 다루면서 정치적 성격을 갖기 이전의 모습들을 통해서 이후의 정치적 성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치적인 성격을 갖게 되어가는지를 분석하고 있으며(그리고 뚜렷한 이데올로기 / 정치적 성격을 갖게 되어가면서 이전과 같은 반란이 어떻게 시들어가게 되는지를 분석하면서), 그러한 입장에서 그가 ‘원초적 반란’이라고 이름을 붙인 여러 민중들의 반란에 대해서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일어났던 반란들을 다루고 있고, 개별적인 특성 /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 보다는 각각의 특성 / 개성과 그 반란 / 폭동이 근대적인 정치적 특성과 성향을 통해서 바라보았을 때 어떠한 부분들이 부족했는지를 다루고 있으며 그러한 부족함이 어떻게 채워지게 되는지 혹은 그 부족함으로 인해서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를(혹은 시들어가게 되어가는지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민중들이 어떻게 불만을 갖고 어떻게 혹은 어떤 반란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간간히 그 정리된 내용들을 통해서 홉스봄의 냉철한 분석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있다.

홉스봄이 기본적으로 맑스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부정적인 혹은 회의적인 사람들이라면 후반부에 논의되는 도시 폭동과 노동 종파 그리고 사회운동과 의례에 대한 논의들에서 반론을 갖게 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의 분석이 갖고 있는 날카로움 또한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산발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폭동 및 반란과 조직적인 저항에 대한 전반부의 논의보다 도시화와 노동계급으로서의 자각으로 인한 조직화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논의로 이뤄진 후반부가 보다 인상적이었고, 좀 더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그의 주요 저서들에 비해서는 쉽게 읽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홉스봄의 글을 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와 같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을 통해서 그에게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참고 :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내용을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밴디트 - 의적의 역사'처럼 새롭게 개정판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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