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자의 고독 - 모더니티총서 2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7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명화과정’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해외에서도 그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뒤늦게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다른 학자들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도 그리고 논의되지도 못했었기 때문에 그의 주요 저서인 ‘문명화과정’과 ‘궁정사회’ 정도만 알려졌지 그 외의 저서들은 번역이 되었어도 금방 절판되었거나 아직 번역조차 되지 못한 저서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번역되었고 여전히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의외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읽어서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저작이고,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고민들을 안겨주었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항상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꼽고 있었는데, 최근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을 읽고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책을 읽게 되었고, 여전히 처음 읽었던 때만큼 놀라움과 통찰력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학술적인 저작이기 보다는 간략한 에세이나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논의를 하고 있는 주제의 중요성이나 간략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검토의 다양성과 폭넓음 그리고 통찰력은 많은 영감을 주고 있고, 큰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통해서 지금-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 그리고 태도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노화’와 이와 반대되는 ‘성’과 관련된 문제까지 다루고 있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에 깊은 영향을 받은 저작으로 알려졌고,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써낸 일종의 진지한 독후감 혹은 반박문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죽음 앞의 인간’에 큰 영향을 받은 저작이기는 하지만 필립 아리에스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필립 아리에스가 갖고 있는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일정부분 공감하기는 하지만 필립 아리에스가 갖고 있는 과거 중세시대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옹호하는 복고주의 혹은 낭만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변화를 보이게 된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와 변화된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보다 집중하고 있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현대인이 과거와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위생에 대한 강박관념 / 국가에 의한 폭력의 독점 그리고 엄청나게 늘어난 평균 수명 등) 어떻게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변하게 되었는지와 그렇게 변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현대인이 어떻게 ‘죽음’을 배제하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저인 ‘문명화과정’에서 다뤘던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갖고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변화된 환경 속에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 / 태도와 그 변화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를 논의하며 개선되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그 개선의 여지가 과연 인위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며 자신의 논의를 마무리 짓고 있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이라는 것 자체가 어떠한 목적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집단 혹은 주체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이러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죽음과 함께 죽어가는 과정인 노화와 성에 대한 변화된 시각 그리고 윤리 의식 등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논의하는 죽음 이외의 주제들도 꽤 의미 있는 내용들이고 접근이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지금-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그의 통찰력에 큰 울림을 느끼게 되고, 그의 시각에 의지해서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분량으로 쉽게 그리고 빨리 읽어낼 수 있기는 하지만 읽은 뒤의 여운은 그 어떤 책들에 비해서도 강렬한 것 같다.

 

 

참고 : 내용 중 현대인의 감정과 정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로움’에 대한 논의는 가볍게 논의를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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