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상형문자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6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에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그동안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새로운 다짐, 이와 함께 도시와 공간 그리고 (항상 강조하는) 시대의 상형문자에 대한 김석철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의 상형문자’는 건축가 김석철이 보았을 때 한국만의 건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루’와 ‘정’에 대해서 논의하며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까지 새로운 건축적 변화를 보이지 못한 한국 건축의 낙후성에 대해 말함과 동시에 새로운 건축에 대한 제안과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이라는 이질적인 것들을 하나로 융합하여 미래를 제시하고자 하는 그의 시각은 조금은 유럽적 결과물들에 많은 영향 아래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조심스럽게 바라보아야 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귀를 기울여 하는 의견이라는 생각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얼마 안 있어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느껴지는 허탈감과

언제 엄습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조금은 더 뭔가를 이루고 떠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여러 죽을 고비를 겪는 도중에 얻게 된 몸과 마음의 상처들이 그의 글을 통해서 느껴지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때로는 슬픈 감정을 그대로 써낸 글은 가볍게 써낸 것 같으면서도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해내고 싶은 것과 해낼 수 있는 것들의 간극을 줄이려고 하고 있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천년의 도시를 방문하고 도시의 건축들을 바라보며 하고 있다.

 

한국의 ‘루’와 ‘정’의 특색을 논하며 한국의 지식인과 지배층에 대해 준엄하게 비판하고 있고, 그 비판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하기도 하고 새롭게 한국의 그리고 건축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이의 등장을 염원하기도 한다.

 

한국의 ‘루’와 ‘정’이 중국과 일본과의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보다 세부적인 논의를 들려주기 보다는 간략한 제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의 건강 상태가 그런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루’와 ‘정’을 발전시킨 결과물에 대한 간단한 언급과 함께 그는 다시금 중세의 도시를 거닐며 자신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그리고 통찰력을 보이는 도시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의 도시들을 떠올리며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과 필요한 것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지를 언급한다.

 

상세하게 논의하기 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그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로 인해서 간략하게만 언급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핵심적인 것들만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김석철의 글은 건축가로서의 글이기 보다는 감수성 있는 문학도의 글과 같은 느낌으로 항상 자신의 글을 썼었고, 이번도 여전히 그의 냉정한 시선이기 보다는 감수성 높은 글로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 바라보도록 만들게 한다.

 

그가 거닐었던 도시들을 한번 돌아다녀보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가 보았던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식으로 바라보게 될지 궁금하게 되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아마도 그 어느 곳도 향하지 못할 것 같다.

 

말미에 그가 컬럼비아대학에서 발표한 취임 연설과 그의 20 - 30대 시절의 스케치들은 전체적인 분량이 적어 조금은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서 삽입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의 가장 영감어린 시절의 스케치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기회이기도 한 것 같다.

 

인문학자가 아닌 건축가로서의 글에서 어지간한 인문학자 이상의 통찰력과 시대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글을 읽은 분발하게 만들기도 하고, 좌절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참고 : 개인적으로는 책의 ‘가격’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공간의 상형문자’는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사진자료가 많고, 종이나 표지 등에 많은 신경을 썼으니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생각이면 이렇게 많은 오타가 있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한번이라도 세심하게 읽었다면 이정도로 많은 오타가 발견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오타에 대해서 문의하기 위해 방문한 홈페이지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글도 게재할 곳이 없어서 어디다 문의조차 할 수 없으니... 기분만 상하게 되는 것 같다.

 

오타와 누락된 부분에 대한 의견은 이곳에 남긴다.

 

초판 1쇄 발행(2009년 3월 1일)된 출판본임

 

1. 104페이지 위에서 11번째 줄 ‘5.17’은 ‘5.16’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함

2. 112페이지 밑에서 4번째 줄 ‘셰익스피어만 한 작가가...’에서 ‘셰익스피어만한 작가가...’ 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생각함

3. 129페이지 밑에서 8번째 줄 ‘이스트 강와’는 ‘이스트 강과’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함

4. 120페이지 밑에서 5번째 줄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서 ‘건축가 찾아보기’에 그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다는 표시가 있는데, ‘건축가 찾아보기’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있음

5. 224페이지를 보면 인명 순서가 산소비노, 스카르파, 팔라디오, 스카모치 순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순서는 106페이지 산소비노, 팔라디오, 110페이지 스카르파, 115페이지 팔라디오 순서로 되어 있으니 순서에서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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