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테러
테리 이글턴 지음, 서정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저명한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현존하는 문학비평가들 중 가장 탁월한 비평가이며 이론가로 알려졌고, 최근 국내에 방문하기도 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이 맑스(마르크스)주의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좌파 / 진보적인 입장의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고 그 외의 사람들도 그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뛰어난 비평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명성을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저작을 읽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특별히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미루고 있다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저서 중에 속하는 ‘성스러운 테러’를 접하게 되었다.

 

번역자의 말대로 그의 이론적인 저작이 아니라 요동치는 최근의 정치 / 사회적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해석과 입장을 담은 글이기도 하고, ‘테러’라는 하나의 정치적인 그리고 죽음을 통해 삶을 만들어 내려는 절박한 행위에 대한 그의 급하게 써내려간 변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는 ‘테러’라는 것이 고대부터 존재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 등장한 것이고, 그것이 단순하게만 볼 수 없는 복잡하고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논의로 시작하고 있고, 이 논의에 이어 곧장 고대 디오니소스에 대한 언급과 정신분석, 수많은 영문학 작품들을 통해서 자신의 논의를 보다 다양하게 만들고 폭넓게 확장시킨다.

 

그는 이런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최근의 ‘테러’에 대한 이미지(복면, 이슬람, 자살, 비행기, 참수, 알 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 이라크, 폭탄, IRA, 아일랜드, 저격 등등등)가 일종의 오해이며 시대 순으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지만 ‘테러’라는 것이 얼마나 절박함 속에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테러가 마치 이성적이지 않고 야만적인 행위인 듯 논의되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성과 광기 그리고 문명과 야만이라는 구분이 확연한 것이 아닌 자의적인 구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와 외부

죽음과 삶

이성과 광기

 

이와 같은 확연한 것들이 실제로는 모호한 구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들에게 그 구분의 모호함과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경외감, 존중, 숭고 등 익히 접했던 논의들을 다시금 꺼내들어 우리가 어떤 것들을 잊었고 이와 같이 망각하게 된 것들을 다시금 기억해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서 테러의 폭력성을 말하기 이전에 서구 세계와 근대 자본주의가 보여주었던 폭력성을 우선 말해져야 한다고 하고 있고, 지금 보이고 있는 폭력성과 지배와 권력욕이 공허만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고 그 공허는 허무일 뿐이며 모든 것을 망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전제 속에서 숭고와 자유 그리고 순교, 허무주의, 자기희생에 대해서 논의하며 지배하려는 이들은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함으로써 결국 허무 속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과 죽음으로써 삶을 모색하는 이들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와 그 선택이 갖고 있는 정치적 / 철학적 입장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통해서 반복되기만 하고 있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논의하고 있다.

 

테리 이클턴의 논의는 정교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연구자들의 논의들을 잘 빌려오고 있고, 기존의 자신의 논의를 연장시키기도 하고 있다.

 

하나의 시대에 대한 비평이기도 하고,

시대에 대한 그의 의견 표명이기도 한 것 같다.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어떠한 제안은 내놓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제시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조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의견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것들에 큰 오해가 있고,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의 논의는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계보학적인 논의까지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그의 분석이었고, 시도였던 것 같다. 지나치게 논의를 복잡하게 한 것 같기도 하고, 선명하게 드러나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의 분석과 해석은 꽤나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의 다른 저작들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읽을 기회가 적은 것 같다.

 

 

 

참고 : ‘염오’라는 말은 생소한 느낌이 든다. 별로 접하지 못한 단어인데, 다른 사람들은 자주 접했던 단어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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