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계속된다 동문선 문예신서 294
조르주 뒤비 지음, 백인호 외 옮김 / 동문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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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학계의 거장 중의 거장인 조르주 뒤비의 회고록 ‘역사는 계속된다’는 그의 학자로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가 얼마나 광활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어떤 시각과 생각으로 연구에 임해야 하는지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회고록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잊을 수 없는 추억들 그리고 그 아련한 기억들에 대한 감수성 어린 회고 그리고 그동안 겪었던 온갖 별 것 아닌 경험들까지 산만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회고록과는 달리 그와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조르주 뒤비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고, 그는 중세시대에 대한 탁월한 역사학자로서 그리고 한명의 연구자로서 자신의 과거의 연구 과정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뒤돌아보고 있고, 그 회고와 재검토를 통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회고록이기 보다 그동안의 연구 과정과 성과에 대한 에세이처럼 느껴지게 되지만 그 자신으로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연구자로서의 길을 회고하며 앞으로 어떤 영역에 집중을 해야 할지를 그리고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금까지의 연구 과정에서 깨닫게 되었던 부분들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르주 뒤비는 국내에서도 마르크 블로흐(또는 블로크), 페르낭 브로델, 자크 르 고프와 같은 아날 학파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고, 그의 연구 성과가 갖고 있는 탁월함과 함께 방대한 영역에 대한 그의 결과물로 인하여 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 자신이 교수 자격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방대한 연구 영역 중 관심을 갖게 된 주제와 지도 교수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주제에 맞게 어떤 자료(그는 ‘자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는지 알려주고 있고, 그 과정을 몇 년에 걸쳐서 지루할 정도로 하나씩 채워가며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그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한국 대학원 과정과는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그 본인으로서도 운이 좋았다고 자평하기도 하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연구를 정진하였다는 점에서 본받아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후의 내용에서는 교수 자격을 취득한 다음 어떤 목표를 설정하여 자신의 연구를 진행시키게 되었는지와 관심의 폭이 넓어지면서 보다 더 다양한 영역의 연구자들과 그리고 그들의 결과물들에 어떤 영향을 받았고 그 주고받은 영향 속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대한 본인의 간략한 평가와 함께 어떤 영역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조르주 뒤비는 학자로서의 영역에 한해서만 자기 자신을 회고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과연 그런 모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조금은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연구 업적과 함께 그 과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중세 시대의 고문서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 해석에 따라 어떤 분석을 해냈는지에 대한 사례까지 들려주는 그의 세심함에 감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말미에서 앞으로 어떤 영역을 자신의 목표로 둘 것인지와 어째서 그런 목표를 갖게 되었는지를 들려주며 최근의 시대적 변화(컴퓨터의 등장, 대중매체의 활용에 대한 논의 등)에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프랑스 대학 교육과정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함께 교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비판적 시선은 기본적으로 교수 사회가 갖고 있는 ‘봉건적’ 또는 ‘장인과 도제’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인데, 이 비판도 결국 과거의 영향에 따른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구조가 지속성을 갖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와 그리고 아날 학파의 관점에서 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르주 뒤비는 간결하게 자신의 그동안의 업적과 연구 과정을 들려주고 있으면서, 그에게 영향을 준 마르크 블로흐나 페르낭 브로델 등의 영향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그 칭송을 조르주 뒤비 또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의 회고록을 읽게 된다면 이 의견에 대해서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리고 탁월한 연구자인지 확인시켜주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지만 그 담백함 속에서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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