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ire of the Sun (Paperback)
Ballard, J. G. / Simon & Schuster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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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같은 제목의 영화만 많이 알려졌지만 J.G.발라드의 원작 또한 발표 당시에 많은 화제를 모았었고, 개인적으로도 그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니 국내에 그의 작품이 출판되지 않고 있어서 관심만 갖고 있던 중 (아마도)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번역되었던 것 같은 ‘태양의 제국’을 우연히 구하게 되어서 읽게 되었다.

 

J.G.발라드의 작품 중 가장 그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되도록 다른 작품을 읽고 싶었지만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이게 어디냐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무기력하게 읽은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과 일정부분 유사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과 함께 두 작품 모두 글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글이 어렵지도 않고, 내용의 구성도 복잡하지도 않은데도 읽기가 어려웠다는 것은 두 작품이 들려주는 정서와 풍경에 전혀 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거나, 두 작품 모두 번역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되도록 후자이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마도 내 자신이 두 작품의 소년들의 경험들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읽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혀 경험적으로 그들의 심정에 다가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지침과 정서적인 피폐해짐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반응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건성으로 읽게 된 것 같다.

문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간접적인 체험이기는 하지만 이런 체험은 말 그대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체험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서를 읽지 않았을 것이고,

과거에 출판된 번역본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원작은 영화와는 다르게 어떤 구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 원작은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구성을 갖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 달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원작은 스필버그의 작품과는 다르게 감상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고, 주인공의 시각을 때로는 주관적으로 때로는 객관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회상하고 어떨 때는 현재의 시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독특한 시각적 구성을 갖고 있다. 혹은 번역의 잘못일 것이다.

 

이와 함께, 소년의 눈을 통해서 일본의 본격적인 중국 침략 직후의 상하이의 혼란과 도망침 속에서 겪는 고독과 상실감에 집중을 하고 있고, 수용소로 향하는 과정과 수용소에서의 삶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J.G.발라드는 인간에 대한 씁쓸한 시선을 던져주고 있다.

 

소년은 수용소에서의 삶을 통해서 많은 성장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의 정신은 점점 더 망가져가게 된다. 그 과정을 J.G.발라드는 우울함과 허무함을 짙게 풍기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고, 소년은 현실의 고통으로 인해서 점점 더 자신의 상상 속에 머물고 있고, 비관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감수성에 집중을 하고 있다면,

소설은 정서의 붕괴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운명’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겪게 되는 경험보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과 혼란(주인공의 혼란과 함께 주인공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의 소년의 시선과 정서적 변화들을 J.G.발라드는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고, 작품의 끝에서 보여주는 깊은 허무는 다른 성장 소설에서 맛볼 수 없는 분위기일 것이다.

 

너무 건성으로 읽어서 많은 것들을 놓치기는 했지만,

J.G.발라드의 이례적인 작품인 ‘태양의 제국’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전쟁이 만들어낸 공허와 혼란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2차 세계 대전과 관련된 대표적인 소설들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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