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성인 혹은 지식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아마도 그 시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에 대해서,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할 것들이 대해서,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거나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뛰어난 지성인이고,

몇 안 되는 지식인일 것이다.

 

그는 그 시대에 중요한 관심을 끌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와 논의를 토대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의 의견은 꽤 설득력을 갖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큰 통찰력을 갖고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보다는,

다양한 자료와 논의를 통해서 가장 정돈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의 초기 저작 중 하나인 ‘엔트로피’는 어떤 의미에서 그의 주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며, 그가 어떤 시각과 인식의 틀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저작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1과 2법칙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생활방식과 삶의 방식 더 나아가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그 변화의 근거들을 제시하며 논의하고 있다.

 

그는 서론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관이 이전부터 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고, 이러한 세계관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관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세계관이 기독교적인 세계관이고, 근대에 형성된 뉴턴적인 세계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기계적인 세계관이라고 말하며 끝없이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헛된 믿음을 갖고 있는 세계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믿음은 자연을 다스릴 수 있고, 자연의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는 믿음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 믿음은 결국 자연파괴와 환경문제 등등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의견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그들의 입장은 무한한 가능성에 골몰하기 보다는 어떠한 한계점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리프킨은 기존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하는 근거로 열역학 제1과 2법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개념은

 

우주의 전체 에너지 양은 일정하고,

전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려고 한다.

 

라는 개념이고, 이것은 제1법칙의 경우 기존의 에너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시키거나 기존 에너지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가 공장에서 원재료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같은 예를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제2법칙을 통해서 그 과정(에너지가 변환되는 과정, 원재료가 하나의 제품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에너지가 손실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손실된 것이 ‘엔트로피’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이 엔트로피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이 엔트로피의 급증은 지금 사회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과 그것들을 사용함으로써 생겨나는 쓰레기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어떤 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엔트로피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것을 설득력 있게 들려주기 위해서 엔트로피라는 것이 단순히 과학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연관이 있는지 많은 예들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고, 이 엔트로피로 인해서 현대 세계가 얼마나 위기 상황인지 알려주고 있다.

 

일정부분 이제 기존의 기계적인 세계관이 한계에 다가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이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그 벗어남의 방법들을 그는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철학 그리고 인문학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그리스 시대의 세계관과 그들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에 그도 동참을 하고 있고, 고대 시대의 인식틀과 자연에 대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동양의 불교적 세계관을 그는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변화가 이제 곧 이뤄지리라 전망하고 있는데, 그의 전망은 아쉽게도 아직까지도 이뤄지고 않고 있다.

 

그의 기독교적 그리고 기계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지만 그가 예상하는 지금 이후의 시대에 대한 전망은 흐릿하고 애매한 점이 있다. 물론, 그가 미래학자도 아니고 그것을 예견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엔트로피는 그가 어떤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저작이며, 그가 이 시각으로 이후의 다양한 논의들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계관의 변화나 시대의 한계라는 부분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앞으로의 세계는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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