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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 ㅣ 밀리터리 클래식 3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류제승 옮김 / 책세상 / 1998년 6월
평점 :
전쟁은 단지 정치적 교류의 일부에 불과하며
결코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즉,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상이 높아지고,
그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책은 읽기가 쉽지는 않은 책이고 흥미로움보다는 어려움이 앞서게 되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겪는 어려움을 통해서 더 많은 통찰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런 책에 대해서 고전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있고, 그렇게 부여된 많은 책들 중에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처음 출판된 이후 책에 대한 위상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고, 더 많은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생각해 본다면 19세기의 독일은(아마도 당시의 명칭은 프로이센이었으리라) 무언가 정신적인 폭발이 이뤄진 시기였다. 클라우제비츠와 동시대를 살아간 헤겔은 철학을 통해서 시대를 넘어서 역사와 세계에 대한 마침표를 찍으려고 했고,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예감하게 하였다. 그리고 클라우제비츠는 당시에는 매우 생소한 분야인 전쟁이론을 통해서 이전 시대와 결별을 하고 있었다.
‘전쟁론’은 어떤 의미에서든 매우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갖고 있는, 그리고 지금도 갖고 있는 전쟁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우쳐주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그리고 정치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시대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통찰력도 제공하고 있다.
꽤나 난해한 내용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논의의 핵심은 전쟁이 단순히 국가 간의 혹은 집단 간의 대결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하나의 정치적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그런 의미로서 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전략과 전술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근대사회로 되면서 이전 전쟁과는 확연하게 다른 국민 전체의 참여가 이뤄지며 전쟁의 양상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1장 ‘전쟁의 본질’과 8장 ‘전쟁계획’에서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 군사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몸을 담고 있지 않다면 다른 부분은 건너뛴다고 해도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 외의 장들에서는 실제 전투와 전쟁 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지식이 없다면 꽤 난해하게 다가올 것이고, 몇몇 부분들에서는 매우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하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라우제비츠의 논의는 전쟁에 대한 그리고 정치에 대한 시각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전쟁과 정치 그리고 전쟁 이전과 이후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에 대한 가정 적절한 평가는 전쟁을 단순히 전쟁으로만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전쟁 외적인 부분을 전쟁에 대한 중요한 요소로서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일 것 같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내용이 매우 논리적인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논리력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클라우제비츠의 치밀한 구성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그는 자신의 논의를 진행하면서 이론의 중요성과 그 이론이 어떤 시각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꽤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클라우제비츠의 통찰력 있는 시각과 그의 정치와 전쟁에 대한 풍부한 시각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지만, 19세기의 시대에 대해서도 무언가 생각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급속히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정치적인 근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 ‘정신적인 변화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클라우제비츠와 글과 같이 어떠한 것에 대해서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갖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각이 갖고 있었던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거나 논의에서 제외되었던 것들을 숨이 막힐 정도로 세분화 시키고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고, 끝없이 정교하게(즉, 이론화시켜) 다듬으려고 노력하던 풍토에 대한 증거나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단순히 하나의 분야가 보다 발전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이론화와 체계화로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매우 체계적/논리적이면서도 하나의 이론을 혹은 시각을 갖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클라우제비츠의 논의는 단순히 전쟁에 대한 이론만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그는 직접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서이고,
나폴레옹의 등장 이후라는 시기적인 구분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보다 관심을 갖고 그가 살아가던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정신적 풍경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전쟁론’을 읽는데 도움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클라우제비츠의 시각과 논의는 큰 흥미를 끌게 만든다.
참고 : 전쟁론에 대해서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클라우제비츠의 책을 읽지도 않았거나,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는 문장만 관심을 갖고 논의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논의를 그렇게 엉성하게 자신의 논의에 연결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