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사유와 인간 - 푸코의 웃음, 푸코의 신념, 푸코의 역사! 산책자 에쎄 시리즈 4
폴 벤느 지음, 이상길 옮김 / 산책자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푸코에 관한 연구물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된(2008년) 저작이면서도 (앞으로는) 아마도 푸코에 관한 가장 중요 연구서 중 하나로 (반드시) 분류될 폴 벤느의 ‘푸코, 사유와 인간’은 이제는 열광의 대상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되어버린 푸코에 관한 가장 독특한 해석(또는 견해) 중 하나일 것 같다.

 

푸코의 후기 연구에 큰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던 폴 벤느의 글이고 그가 뛰어난 역사학자로도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연구가 다가가기 어렵지 않게 푸코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펼치게 된다면 큰 후회를 할 것 같다.

 

그의 연구는 푸코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하거나,

그의 이론들을 해설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개론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푸코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폴 벤느는 푸코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과

그가 생각하기에 푸코의 연구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

그의 연구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 대한 해명 또는 반박과

폴 벤느와 푸코 모두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진리’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푸코, 사유와 인간’에서는 어떠한 것도 체계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산발적으로 또는 하나의 논의에서 다른 논의로 끝없이 이동을 하고 있고, 푸코의 논의와 개인적인 푸코와의 추억, 그리고 푸코의 연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며 들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뜩이나 복잡한 인간인 푸코를 보다 복잡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가 난해하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난잡하거나 산만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굉장히 고심하고 까다롭게 짜임새를 갖추면서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인 것 같다.

즉, 무슨 소리를 하는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아예 읽히지 않게 만들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또한 폴 벤느 개인이 갖고 있는 푸코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객관적인 시각이 잘 조화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푸코의 업적들 중에서 폴 벤느 개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들만 간추려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진리’ 문제와 ‘담론’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우리가 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있었던 ‘권력’과 ‘주체화’에 대한 부분은 부분적으로만 혹은 지나가듯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서는 조금은 실망스럽게 그의 글을 읽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그동안 푸코의 연구들 중에서 덜 비중을 두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보다 논의를 함으로써 우리가 푸코에 대해서 어떤 부분들을 놓치고 있었으며 폴 벤느의 말대로 얼마나 그를 오해하고 있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는 푸코이고,

지금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서 항상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 중 하나로 평가될 ‘푸코, 사유와 인간’은 우리가 얼마나 그를 오해하고 있었고 어떻게 그의 생각을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애정이 넘치는 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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