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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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혼자서 슬피 울거나,

몸이 망가져라 술을 마시거나,

어떻게든 혼자 삭혀내거나,

누군가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때로는 무언가를 글로 적에서 자신의 슬픔을 담아낸다.

그리고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며 상실감과 슬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다시금 그 순간을 경험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이 혹시 무언가를 읽으며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그 상실감을 완전히 이겨내게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은 당신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의 남편이며, 그녀와 함께 미국의 젊은 작가를 대표하는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불필요하게 길게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명 뛰어난 소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아쉽게도...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옮긴이도 말을 했듯이 이 작품은 9/11 테러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이지도 않고, 그 사건을 갖고 무언가를 얘기할 생각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전혀 그것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 사건은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그리고 작품의 전반적인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 작품이 의도하고 있는 주제는 상실과 그 상실에 대한 극복인 것 같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이전 혹은 이후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어떤 작가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자신들만의 상실감을 부여시키고 각자가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글을 읽고 있는 이로 하여금 그들과 함께 자기 자신의 슬픔을 혹은 고통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게 만들고 있다. 아니면... 그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 오스카가 끝없이 아버지와 관련된 추억을 되짚고, 아버지와 관련되었다고 생각되는 열쇠를 갖고 뉴욕의 수많은 곳을 그리고 수많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듯이 읽고 있는 우리들도 오스카와 같이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도록 의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스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때로는 우리도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고민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오스카를 통해서 소년과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한 것을 얘기해주며 오스카가 상실감을 이겨내도록 이야기는 이끌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은 복잡하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겹쳐가며 우리는 숨겨져 있던 비밀들을, 그리고 몰랐었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아쉽게도 그 놀라운 순간이 엄청난 감동을 전하는지는 못하고 있지만 충분히 읽는 수고를 아끼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그가 만들어낸 결실 보다는 만들어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의 글이 얼마나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실과 그 상실의 감정을 그의 글은 놀라울 정도로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혹은 떠나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잃어버린 것을 찾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환기는 시켜줄 것 같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모든 것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사랑의 역사’를 읽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서 ‘사랑의 역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겹쳐진다던지 몇몇 유사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와 캐릭터들... 딱히 어떤 부분이 유사하다고 찝어서 말할 수 없겠지만 유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서로의 작품을 엿보며 혹은 검토하며,

상대방의 글에 혹은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글이 혹은 이야기 구성이 유사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둘은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실험이라는 생각보다는 약간의 장난기 혹은 재치 있는 진행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보여준 실험은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않아도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곁가지와 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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