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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시간 -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김창우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에게 있어서 영화란 무엇인가?
예술인가?
아니면 그저 현란한 화면을 통해서 잠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눈요기인가?
‘영상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도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영화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고, 영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들게 되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했고, 그 글들을 정돈해서 발표한 것이 ‘봉인된 시간’이다.
그리고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 만큼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영화가 예술로서 다뤄지게 되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영화관련 서적은 없을 것 같다.
타르코프스키는 자신의 첫 번째 장편작품인 ‘이반의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영화에 대한 의문과 문제의식을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보다 확고하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도 하면서 그 내용들을 글로써 들려주고 있다.
아마도 영화감독들 중에서 가장 영화라는 것에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최소한 글로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르코프스키는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것이 다른 예술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론을 갖게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연극과 다른 예술장르에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에이젠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몽타주와 편집 그리고 작가주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그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에이젠슈타인을 지속적으로 반박하며 자신의 영화 이론을 전개시키고 있다. 몽타주의 정반대에 자기 자신을 놓여두고 어째서 자신은 그런 방법론을 버리게 되었는지와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와 주제 그리고 영화를 만들게 되기까지 일어났던 소소한 감정적 변화들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해주고 있다.
때로는 영화이론 서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타르코프스키의 메모장이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을 정도로 진지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전부 보았지만 여전히 생각하게 되는 의문들이 여러 가지 있었고, 그리고 전혀 그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았던 장면들에 대해서 세밀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을 통해서 이전에 봤던 작품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영화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갖고 있고,
앞으로 갖아야 할 것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가?
지나치게 진지한 질문이겠지만...
놓을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에 타르코프스키의 글들은 보다 소중함을 더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있었던 타르코프스키의 의견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글들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나?
그게 철학을 얘기할 정도로인가?
타르코프스키는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고,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당신이 만약 영화에 대해서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찾고 있다면,
타르코프스키의 의견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