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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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과학의 고전’이라는 이상야릇한 서문으로 시작하는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그다지 낭만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뛰어난 내용의 작품이다.

 

한 남성이 전쟁터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서 자신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기억의 끈을 놓치려고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하나의 반전소설로서도 읽을 수 있겠지만, 그를 2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본 심리학자의 시각에서는 장기간의 관찰과 치료에 대한 임상자료로서도 읽어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끔찍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억을 쫓고 있는 모습과 그가 겪었던 생활들에 대한 때로는 담담한 때로는 좌절하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간간히 학문적인 부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부상병 자세스키의 일기에서 정리한 내용과 그 내용에 대한 해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지만 자세스키의 일기들을 읽어나가면서 그가 겪은 고통을 떠올리게 된다면 쉽게 읽어나가기도 힘들었다.

 

루니야는 자세스키의 글을 통해서 최대한 그의 현재 상태와 노력에 대해서 말해주고는 있지만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서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의 글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서 사람들이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기억은 간간히 떠올려질 뿐이고,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고통스러울 뿐인데도 자세스키는 자신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노력은 때로는 실망스러운 결말이기도 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삶의 의미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글쓰기에 매달린다.

 

25년간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노력을 통해서 그는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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