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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대한 복종
스탠리 밀그램 지음, 정태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2월
평점 :
2차 세계대전 이후(물론 그 이전에도)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서 ‘권위’에 대한 문제는 매우 자주 다뤄졌던 문제이고 최우선적인 과제처럼 논의 되었었다. 그리고 ‘권위’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자신만의 질문과 대답을 찾아내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물음과 대답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학자를 뽑으라면 스탠리 밀그램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프로이트의 카우치에서의 임상사례들과 함께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로 뽑힐 그의 전기충격 실험은 우리들이 우리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권위에 대해서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복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격적인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그램의 논의를 읽으며 ‘그래도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겠지만 그게 얼마나 공허한 대답인지 ‘권위에 대한 복종’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권위와 복종의 문제가 마치 전혀 다른 관계와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제이고 쉽게 그 관계망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겨운 것을 밀그램의 실험은 말해주고 있다.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한 분석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설명까지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우리들의 거부감과 함께 일상생활과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게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존재하는 바로 그곳에서 권위와 복종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보다 확대시킨다면 결국 권위와 복종의 문제는 그 복종으로 인한 (자기)합리화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고, 규율과 훈육에 대한 문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실험과 질문들이 단순히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영역에서만 다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이 묻고자 하고 있는 화두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짧은 분량이면서도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권위에 대한 복종’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금 바라보도록 말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