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책으로 접하지 않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로 먼저 접한 사람들은 원작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꽤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먼저 보았고 영화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스럽게 작품을 감상했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로 손에 잡은 원작 소설을 읽기 직전까지도 이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가뜩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내게 있어서 정말로 무의미한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호세이니의 원작 소설은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번쯤은 추천하고 싶어지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런 원작을 그따위로 만들어버린 영화에 대해서 불만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에서는 영화와 큰 차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소설이 보다 풍부한 에피소드와 주인공 아미드의 추억과 독백 그리고 세심한 묘사를 통해서 과거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또한 단순히 과거에 대한 추억만이 아니라 이슬람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인 가부장 적인 사회구조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전통에 대한 권위 그리고 주인공 아미르와 하산으로 대표되는 신분제에 대한 문제점 등 다양한 것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진행되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한번쯤은 생각하도록 권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일련의 소식들 덕분에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는 탈레반과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상세하지는 않지만 소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도 그렇지만 소설에서도 주인공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가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것 같다. 작품의 말대로 전통을 존중해야 할 것은 존중하지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무시하기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누군가가 정한 규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한 삶의 규칙대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권위적인 아버지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의 인물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주인공 아미르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집안의 나약한 성향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작품의 흐름과 구성을 위해서 그런 존재로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그가 성장해가며 지난 과거를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게 캐릭터가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미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하산이라는 인물을 너무 전형적인 존재로 묘사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온순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고 그럴 필요도 있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밋밋해서 조금은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 적인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충격적인 내용이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슬람 사회에 대한 약간의 상식을 전달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다.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음미할만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어서 오랜만에 꽤 괜찮은 성장소설을 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의 후반부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지나치게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을 지울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영화가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인지 소설이 훨씬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슬람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접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은 이런 식으로라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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