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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뒤 모리에의 레베카를 접하는 방법은 두가지 정도일 것 같다.
첫 번째는 다양한 책을 접하다가 그녀의 책을 알게 되는 방법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히치콕의 영화를 통해서 이 소설을 알게 되어 원작도 읽어보기 위해서 접하는 방식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방식을 통해서 ‘레베카’를 일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하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레베카’는 히치콕의 영화와 이야기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몇몇 설정들과 전후관계가 조금은 다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로서는 소설을 읽으며 큰 차이점을 느끼지 않고 쉽게 이야기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원작에서는 결말 이후의 상황을 보여준 다음에 과거를 회상하며 작품을 시작하고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덴버스 부인에 의해서 모든 것이 불타올랐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 (약간은)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또한 원작은 600페이지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작품의 주인공 ‘나(그녀의 이름은 다뤄지지 않고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의 심리적 갈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조금은 느슨해진 기분으로 읽게 될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주인공 ‘나’가 영화에 비해서 보다 어리숙하고 레베카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20살 이상의 연상의 남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체로 결혼을 해서 전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거대한 저택의 여주인이 되었다는 것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의 부담감, 그리고 쌓여져만 가게 되는 오해로 인한 혼란을 소설을 집요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연기와 짧은 몇 마디의 대사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보다는 세밀하면서도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영화를 몰랐다면 꽤나 흥미롭고 기묘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직전에 벌어지는 속도감과 긴박감은 영화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영화의 팬도 그리고 뒤 모리에에 관심이 있는 독자 모두 만족감을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