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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퀼로스 비극 - 희랍어 원전 번역
아이스퀼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단국대학교출판부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소포클래스의 비극 작품들을 읽고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비극 책들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이전에 구입하고 계속 미루었던 ‘아이스퀼로스 비극’도 관심을 갖고 있을 때 몇 권 더 읽자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몇 개 읽지 않은 비극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완성도는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작품들도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을 충실히 옮긴 번역서 덕분에 아이스퀼로스의 의도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는 하지만 고대 그리스 비극에 대해서도 그렇게 박식하지도 않고 인명, 지명, 그리고 신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해박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데 조금은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무식하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가멤논의 비극적인 죽음과 그의 아들의 복수, 그리고 재판을 통한 구원을 그린 삼부작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따로 말할 것은 없을 것 같지만, 읽다보면 소포클래스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해설에서도 지적되고 있지만 아이스퀼로스는 이야기의 흐름을 전반부에는 느슨하게 진행시키고 후반부에 빠른 전개를 보이는 방식이어서 초반에는 조금은 지루하게 읽혀지는 단점이 없지 않고 후반부는 지나치게 빠른 이야기 완결을 보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과 중요한 사건이 너무 빨리 지나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당시에는 어떤 평가를 받았고,
지금도 연구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지만...
비극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종의 복수극이라고 보는 것이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은 ‘아가멤논’과 ‘코에포로이’는 자신들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는 것에 비극적인 방식을 보이고 있으며, 어머니를 살해한 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점에서 당당함을 보이고 있는 ‘자비로운 여신들’의 경우도 ‘숙명’과 그로인한 비극이라는 아이스퀼로스의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미래와 형벌을 알면서도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을 담은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 보다 흥미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운명과 괴로운 고통을 작품의 인물들은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겨내려 한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삶을 살아가며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을 받아들이며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우리의 삶에 고대 그리스 인들의 비극은 우리들의 삶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잠시 선사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