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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결혼 - 기사, 여성, 성직자
조르주 뒤비 지음, 최애리 옮김 / 새물결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아날 학파의 거장으로 꼽히는 조르주 뒤비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그의 저작들을 읽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의 대담집인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정도만 읽었기 때문에 제대로 그의 학문적 입장과 논의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었다.
이번에 읽은 ‘중세의 결혼’도 그의 입장과 논의를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는 저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중세 시대에 대한 시각과 논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르주 뒤비는 중세 시대의 결혼에 대한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과 변화 속에서 중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갔고 그 시대의 중요 계급들은 결혼에 대해서 각자 어떠한 이해관계 갖고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관계를 통해서 성직자 계급은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혼을 통해서 보다 사회 질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하였고, 기사 계급은 자신들의 권력을 집중하기 위해서 결혼은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조르주 뒤비의 논의와 시각은 푸코라면 남녀간의 사랑과 성 그리고 결혼을 통해서 사회를 관리하고 지배하려는 의도로 보았을 시각과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였다면 결혼을 통해 기사 계급의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을 시각을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르주 뒤비의 균형 잡히고 뛰어난 통찰력은 감탄하게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위의 대립된 두 개의 입장이 타협하는 방식으로 중세 시대의 결혼은 하나의 사회 체제로 편입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논의를 통해서 중도와 타협의 중요성을 역설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두 개의 대립된 입장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나 서로의 시각이 대립되느냐에 따라서 타협의 결과물이 전혀 달라질테니까.
결론만 보고 타협의 필요성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개의 입장은 타협을 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과 충돌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적절한 방식을 찾아간 것이니까.
즉, 어떤 타협과 결론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어떻게 치고 받았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나기 마련이다.
본인이 그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나 없냐는 둘째 문제이고...
그리고 그의 논의는 위에서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세 시대라는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데, 일종의 도구처럼 다뤄지기만 했던 여성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느냐며 새롭게 질문을 하고 있다.
중세 시대의 여성들은 삶은 마치 레비 스트로스의 저작에서 다뤄지는 미개 사회 여성들의 모습이나 존재감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데, 그러한 당시 시대의 남성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조르주 뒤비의 시각은 중세 시대부터 수평적 가족관계에서 남성 중심의 수직적 관계로 변화를 보였다는 분석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중세 시대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야할 시각인 것 같다.
그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