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죽음 2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필립 아이레스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책에서는 '죽음'의 변화를 어떻게 분석해냈을지 모르겠다. 진중권은 그의 시각을 충실히 따라가며 그의 '미학'적 관심에 집중해서 책을 써내려갔을 것 같다는 생각만이 앞선다.

실제로 확인을 못했으니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내려갔는지 모르겠다.

필립 아이레스였으면(혹은 아날학파 쪽이라면) '미술'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자료(일기, 성경에 있는 그림과 낙서들, 당시에 만들어진 책, 전설, 교회에서의 설교집 등등)를 토대로 했을테니 진중권은 그의 시각을 미술에 적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쪽팔리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날학파나 그쪽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시각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에 대해서도 호의적이다. 물론, 홉스봄이 아날학파에 대해서 약간의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던 부분에 대해서 살짝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춤추는 죽음 2'는 1권 이후의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2권은 바로크를 지나서 낭만주의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근대초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이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각은 이전에 비해서 보다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었고, 공동체적인 시각은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권에서는 개인적인 평가는 절제하면서 진행했던 진중권의 글쓰기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그림들과 죽음에 대한 시각의 변화에서부터는 조금씩 개인적인 발언을 하기 시작한다. 약간은 한국 정치사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그렇기 때문인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죽음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죽음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살짝 변화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시기에 어떻게 죽음이 미화되었는지와 나치가 어떻게 죽음을 낭만주의적으로 미화시켰는지에 대해서 얘기도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내용에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순수히 '죽음'에 대한 미학의 변화를 이야기 해주기를 바랬던 사람들에게는 잠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은 진행했던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근대 초기에서의 죽음의 변화 이후에는 그다지 죽음에 대한 큰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인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마지막 죽음에 대한 변화가 전부이고 이후에는 새로운 것이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주제의 변화가 아니라 어떤 소재를 갖고 죽음을 말하느냐 정도일 뿐) 죽음을 얘기하는 정도이로 바뀌었으니 진중권으로서도 할말이 딱히 없을 것 같다.

2권의 중반 이후에는 두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미화하는지와 그와 반대편에 있었던 작품들을 비교하며 말해주며 글을 마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진중권의 말처럼 이제 더이상 죽음에 대해서 말할 것이 없는 것 같다.

더이상은 죽음에 대해서 어떠한 의미도 갖지 않고 그냥 그것을 이전에 받아들였던 것들의 방법 중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변화한 것 같다.

 

진중권 본인도 어떠한 새로운 시각을 갖기 보다는 더이상 죽음에 대해서 어떠한 의미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승화도 없이 죽음을 단지 죽음으로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조금은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두번의 세계대전은 이제 더이상 신이 죽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음의 열쇠를 갖고 있게 되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변화하였다.

 

아리에스도,

엘리아스도,

진중권까지 시대가 변화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변화에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만이 아니라 죽음을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도 자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듯 스치듯이 죽음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학자들처럼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듯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당신의 죽음을.

 

'춤추는 죽음'은 조금이나마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말해줄 것 같다.

 

최근에는 미학에 관한 진중권의 새로운 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데,

미학에 관한 그의 책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기를 바란다.

 

그는 충분히 좋은 연구자이면서도 한국사회에 대한 비평가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