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춤추는 죽음 1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생각하는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당연히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다양하게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두가지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치 /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하고 논쟁하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로서의 '진중권'일 것이다. 이러한 진중권의 모습은 그를 싫어하던 말던 그리고 관심이 없던 그에 대해서 조금만 노력해도 그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고 최근의 '디 워' 논쟁은 그가 여전히 지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체력이라도 길렀는지 더더욱 독종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둘째는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일 것이다.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에 대해서는 세상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언제 미학이나 예술을 논한적이나 있나?(그전에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라는 말이 꼭 앞에 붙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니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싸움닭으로서의 진중권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어쨌던 그는 미학과를 나왔고 석사 학위도 취득하였으니 우습게만 생각할 것은 아닐 것이다(물론, '하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석사'에 대해서 별로 대단하게 보지 않게 되었으며, '신정아' 덕분에 학력은 무조건 반신반의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EBS에서 미학에 대한 강의까지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성격에 대충 공부했을 것 같지는 않다.
진중권 본인도 두가지를 결합시키거나 동시에 진행시키기 보다는 미학이면 미학, 시사면 시사로 나눠서 활동하는 것을 택한 것 같기 때문에 두가지는 철저히 나눠진 느낌이다. 이런 것으로 따지고 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던, 내가 생각하는 진중권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발언자로서의 진중권보다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을 보다 좋아하는 편이다. 그의 발언들이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고, 최선 현안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발언하기 때문에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인데... 솔직히 게을러서 일일이 그의 글들을 보고 이슈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귀찮고 그렇게 하는 것도 바보같은 생각도 들어서 그런 쪽으로는 포기했고, 그의 미학에 관한 책들은 학자로서 내용도 충실하고 미학에 관심은 있어도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좋은 지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에(지극히 초보자로서의 생각이다) 보다 편하면서도 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글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항상 한국사회에 대해서 의미있는 발언을 하는 발언자이기도 하면서 꽤 대중적인 미학자이기도 할 것이다. 전자에 가려서 후자가 별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미학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기 때문에(난 여전히 마르셀 뒤샹의 변기통을 보면서 감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는 척 하려고 별짓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면서 저건 미술관에 돈쳐발라서 걸게 아니라 만원짜리 티셔츠로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꼴통이고. 난 고전 미술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최신의 현대 예술은 왜 좋아해야하고 대단한 것인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물론 항상 얘기하지만 '전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감탄하게 만들고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대체적으로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예술은 점점 더 퍼포먼스가 되어가는 것 같다. 예술조차 '순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그리스 / 로마 시대의 미술부터 현대예술까지 깊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최소한은 알아먹을 수 있게 설명해주는 그의 책들은 언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까지 '미학 오디세이', '앙겔루스 노부스'를 읽으면서 조금씩 주제를 바꿔나가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미학과 관점의 변화에 대해서 좋은 글들을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헌책방에서 싸게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집어들어서 읽기 시작한 '춤추는 죽음'은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죽음에 대응하며 살아갔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두권이나 되는(합해서 700페이지 정도? 물론 꽤 많은 그림들이 있어서 어렵게 읽을 필요가 없이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책을 써냈기 때문에 그도 어느정도 야심작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에서 계속 거론하는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진중권 본인이 얼마나 그의 영향권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읽었기 때문에 대충은 아리에스가 어떤 관점을 갖고 있었는지 알고 있어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진중권은 충분히 엘리아스를 의식하면서 아리에스가 말한 죽음 앞에서의 인간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료들과 그의 다양한 지식들을 통해서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최근의 젊은 학자들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요란한 유럽 학자들의 이름들을 덜 들먹이면서 말이다(개인적으로 외국 학자의 이름이 페이지마다 있는 책들은 조금 짜증나게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대책없는 이론들의 놀이터는... 정말... ㅠㅠ).
아직은 1권까지 읽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적은 평가는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다.
1권은 '중세'로 분류되기 직전의 시대부터 '르네상스', '바로크'로 분류되는 시대까지 '죽음'에 대해서 당시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과 시대의 지배적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당연히 당시는 기독교(라기 보다는 '하느님을 믿는 일신교'라고 말하는게 더 적합할 듯?)가 세상을 지배하고 당시의 일반인들의 의식구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많은 힌트는 '종교'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인 진중권은 다양한 그림과 도판을 통해서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분석하려고 했고, 중세시대에 대한 아날학파들의 몇몇 작품들을 읽은 나로서는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그들이 보았던 것 이외의 새로운 것들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점이 있기는 했지만.
학자로서의 진중권은 파격보다는 철저히 안내자의 역활에 만족하고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친절한 설명을 통해서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미학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수없이 문화라는 산업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볼 수 있고 관심도 갖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쉽다는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런 면에서는 의외로 모범생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데,
그는 철저히 그리스 / 로마 미술과 유럽의 미술에 국한되서 설명을 하고 있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신이 관심을 갖던 주제를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가 동서양의 미술과 넓게는 제3세계의 미술까지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조금은 다른 것들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보자치고는 너무 과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읽고 있는 2권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얘기는 2권을 다 읽은 다음에 해야할 것 같다.
그래봤자 별로 할 얘기는 없이 이렇게 불필요하게 길게 써내려가고 있지만.... -_-;;;;
어쨌던 다른 평가는 다 필요없을지라도 그가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서 좌절하게 만드는 미학과 미술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써내준 그에게 고마울 뿐이다.
나같은 일자 무식도 읽어낼 수 있게 만들기 쉽지는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