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민주화 - 한국 민주주의의 변형과 헤게모니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접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구입한 책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 읽을지도 모르는 책을 미리 사두는 것도 자리 낭비로 생각되었기 때문에(게다가 사고 싶은 책들이 수십개인데 전부 다 살 수 없으니...) 그냥 미련을 남기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선물로 이책을 받게 되어서 곧장 읽게 되었다.
선물로 받은 책은 되도록 최우선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최장집 교수가 최대한 쉽게 읽히게 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내용들이 이전에 학회와 세미나를 통해서 발표를 한 논문들을 정리하는 저작이었기 때문에 발표를 하는 학회의 성격에 따라서 내용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존의 최장집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를 하기 보다는 자신이 그동안 전개했던 주장들을 정리하거나 혹은 변화된 상황(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서 '현재'라는 시점에서 다시금 풀어내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해갔다.
 
전작들에 비해서 읽는데는 쉽게 읽혀졌다.
아무래도 학문으로서의 완성도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함께 고민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읽혀지도록 많이 신경썼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는 논문모음집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당대의 이슈와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서 최장집 교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보다 긍정적인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냈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읽힐 것 같다.
 
최장집 교수는 꽤나 독특한 사람이다.
그의 정치적 사회적 인식은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전개시킨다. 그리고 그는 여타의 진보적이라고 평하는 입장을 가진 학자들에 비해서 보다 당대의 현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날카로운 각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교수들이 정권의 후기에 가서야 현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 경향에 비해서 정권 초기부터 자신의 일관적인 입장에 맞춰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말했던 사람은 주류 학자들 중에서는 최장집 교수가 거의 유일한 경우일 것 같다.
그외의 비주류 언론 및 저널리스트, 칼럼리스트 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쨌던 비주류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그는 딱히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을 위치에 있으면서도 치열하게 현실과 앞으로의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끝없이 학문의 전쟁터에서 피하지를 않았다.
오죽하면 김규항 같은 사람도 인정하지 않았겠나?
 
초기의 작품들이 보다 이론적인 부분이 강했다면,
후기로 올수록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과 절박함이 더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학자들이 그때 그때의 이슈에 조잡하게 대응하는 것에 비해서 그의 시각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도 놓치지 않으며, 누군가를 인용하고 그렇다더라~ 하는 식의 별다르게 이론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도 못한 학자들에 비해서 그는 충분히 이론적으로도 완성되어 있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충분히 공감 가능하고 설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면으로 인해서 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지지가 후퇴하게 될수록 더욱 날이 선 비판을 하는 최장집 교수가 보기 싫기도 하겠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그가 만들어낸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들을 평가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되게 되리라는 생각은 한명이라도 더 지지세력을 필요로 하는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나름대로 심각한 골치덩어리로 생각되어졌을 것이다.
 
그의 관심사는 본인이 말하듯이 몇가지로 압축된다.
 
1. 한국에서의 노동문제
2. 한국과 북한과의 분단문제
3. 한국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문제
 
그의 입장은 위와 같이 대략 세가지로 관심 부분을 압축할 수 있으며,
각각 독립된 관심사가 아니라 세가지는 묶여져 있으며 어느것이 최우선이고 다른 것은 차선의 문제가 아닌 세가지의 문제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것도 소흘하게 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노무현 정권의 집권 직전의 입장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느끼지 못하지만(정해구 교수는 그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리라 예상하며 글을 써나갔다고 말했다), 분명 그의 글을 통해서 느껴지는 생각으로는 민주화 이후로 지속적으로 악화가 되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태가 그의 학자적 입장에서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저작이 보다 정치학과 사회학으로서 학문적이기 보다는 개인적인 절박함이 더 묻어나는 것은 그는 진심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조금은 어둡고 비관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읽어가는데 마음이 무거워지기는 하겠지만 당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그의 시각의 깊이는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만드는 것 같다.
 
60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각은 여전히 젊고 진지하다.
나이가 들수록 상아탑에서 안주하기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존경을 갖게 만들게 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최장집 교수 이후로 학자들은 그를 본받기 보다는 상아탑에서 여전히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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