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탄생 우리 시대의 고전 6
자크 르 고프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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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돈과 구원"을 읽은 이후로 자크 르 고프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의 여러 저작들을 읽고 싶어 했었다.
시간과 돈의 문제로 몇개는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헌책방에서 "연옥의 탄생"을 구하게 되어서 다른것을 다 재쳐두고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날학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근의 인문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보다 밀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연옥의 탄생"을 본다면 그들의 보통내기가 아니고 진짜로 집요하게 자신들의 관심에 대해서 물고 늘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크 르 고프의 경우에도 이책을 위해서 연옥에 대한 중세시대의 수많은 서적들과 당시를 살던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서 알기 위해 유언장도 뒤적거리며 중세시대를 파악하려 하였고, 그 결과물로 이런 위대한 저작을 낳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요즘과 같은 시대에 700페이지가 넘는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은 삶을 살아가는 것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이런 책들의 유혹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자크 르 고프는 처음에는 신화와 전설들을 분석하며 천국과 지옥으로 양분되는 저승관을 분석하며 연옥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기독교가 유럽의 중심을 차지하고 구원에 대한 열망과 시대적 관계, 정치적 조건 등등에 의해서 연옥이라는 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는 "연옥"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당시의 종교적 지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서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당시의 사회와 조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말해준다.
결국, 종교라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변하는 진리가 아니라 당시의 시대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고, 또한 중세시대는 종교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너무 모자란 시절에 "신곡"을 읽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서 단테의 "신곡"에 대해서 분석하는 내용은 거의 훑어보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신곡"을 보다 제대로 이해했다면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자크 르 고프는 결론을 내리며 "연옥"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받아들여졌던 것이 아니라 중세시대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분석해내며, 이것은 단순한 탄생이 아니라 기존의 2분법적인 세계관이 3분법적 세계관으로 변화하는 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자크 르 고프는 중세적 세계관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으로 결말을 맺지는 않는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당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과 그것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이미지였으며 어떻게 그 이미지들이 구체적으로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어떠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대의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말하고 있다.
 
그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중세를 말하면서 이렇게 중세를 끌어안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지금 시대를 바라보며 행복하기 보다는 슬프게 바라볼 것 같다.
 
중세시대는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이후의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느지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것은 단지 중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보다 '길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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