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1918 -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 스페인 독감의 목격자들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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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생소하게만 들렸던 팬데믹이라는 말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과거 맹위를 떨친 대유행병에 대해서도 부쩍 관심이 많이 가게 된다평소였다면 혹은 몇 년 전이었다면 지나쳤을 팬데믹 1918’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다.

 

“1918년부터 1919년까지 맹위를 떨친 대유행병(팬데믹), '스페인 독감'에 관한 이야기다책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무자비한 횡보를 따라가면서그 질병에 직면했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가족과 이웃친구와 동료를 수없이 잃어야 했고절차를 갖춘 매장 등 죽은 이의 존엄을 지켜줄 여유조차 없던 참혹한 이야기가 또 다른 팬데믹 시대를 지나고 있는 21세기에 충격을 안긴다. 16쪽 화보로 구성한 스페인 독감 시기 사진들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2년 사이 세 번의 감염 파도가 몰아친 끝에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의료계에서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던 그때스페인 독감은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페스트의 뼈아픈 기억을 상기시키고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겼다그 공포로부터 인류는 어떻게 빠져나왔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르포르타주 reportage -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어원은 보고(報告 report)이며 르포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識見)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일종의 르포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갑작스럽게 발생-발병되어 죽음 직전까지 몰리거나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고통을 겪고접하고지켜봤던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증언록이라 할 수 있다그런 내용으로(되어 있어서 어찌 본다면 기억과 회고일 뿐이고 다른 내용은 부족하다 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반대로 달리 보면 그 당시의 혼란과 좌절절망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도 하고어떤 식으로 평가해도 깊이의 부족함을 말할 순 있어도 스페인 독감의 무시무시함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2년 사이 세 번의 감염 파도가 몰아친 끝에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의료계에서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던 그때스페인 독감은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페스트의 뼈아픈 기억을 상기시키고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겼다그 공포로부터 인류는 어떻게 빠져나왔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가 애정을 담아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눈물과 분투다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지만 전쟁보다 병으로 죽어야 했던 평범한 병사들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자신의 안위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인류애 하나만으로 구호에 나섰던 간호사들보이지 않는 적에 용감히 맞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려 노력했던 의사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또한 치열하게 연구에 매달려 마침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낸 학자들의 이야기 또한 큰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당시 치료법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던 상황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병의 근원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막연한 결론만 내렸을 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니 스페인 독감이 만들어낸 공포와 지금을 비교해보며 읽게 된다만연한 죽음과 공포 그리고 상실 등등 혼란으로 가득했던 시기를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다.

 

역사가들로부터 흑사병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역사상 가장 큰 의학적 대학살’”이라는 이 치명적인 대유행병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참고 : “‘스페인 독감이란 별칭을 붙인 것이 정확히 누구또는 어떤 매체였는지는 분명치 않다다만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에서는 국왕 알폰소 8세를 비롯하여 대신들까지 감염되자 신문들이 적극적으로 이 질병과 관련한 소식을 다뤘다전시 언론 검열 탓에 공포나 절망감을 조장하는 소식을 실을 수 없었던 연합국 매체들은 스페인발 기사를 옮기기 시작했고어느 틈엔가 이 병을 스페인 독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스페인 사람들로서는 매우 억울할 일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처음부터 스페인 여인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스쳐 지나갈 유행병으로 인식하던 때라 신문의 삽화가들이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검은 해골로 형상화해서 신문 1면에 올리곤 했다태평스러운 장난기를 넘어설 만큼 참혹한 죽음과 맞닥뜨리기 전의 일이었다.”

 

어째서 스페인 독감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는지도 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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