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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평점 :
장황하게 느껴지는 장난기 듬뿍 담긴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어쩐지 재미 차원에서나 읽을 만한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직접 고른 것도 아니고 어쩌다 넘겨받게 되었으니 관심 가기 보다는 저게 어쩌다 나한테 있지? 라는 그 과정과 사연이 먼저 생각날 뿐이었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펼쳤고, 역시나 술술 읽히기는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재미난 구석도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때때로 정곡을 찌르는 많이 겪어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통찰력도 있고. 퇴사 후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공감되도록 풀어내고 있고, 단순히 직장생활만이 아닌 저자 자신의 삶까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이 될 것이다. 특히, 퇴사를 해봤거나 말로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여러 고초를 겪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경우를 비춰가며 읽게 될 것이고.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재미나게 얘기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감정이 복받치기도 하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논리나 이해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른 살, 저자는 하루아침에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인수인계를 할 여유도, 퇴사 후 맞이할 기나긴 시간들에 대한 계획도 없이 회사 밖으로 떠밀렸다. 백수로 애매한 오전 시간대를 견뎠고, 퇴사 여행을 떠났고, 핫한 카페를 개업하기 위해 스콘 굽는 연습도 했고, 발품 뛰어 창업까지 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퇴사 후 200여 일’. 저자는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회사 밖 일상을, 아무것도 이뤄낸 것 없이 방황만 한 것 같은 그 시간을 속속들이 끄집어내 이 책에 담았다.”
방황기라 할 수 있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하는 과정이기도 한 내용이면서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이의 성숙의 이야기기도 하다. “회사에서 짤리고 거기다 특별한 재능도 없어 창업과 이직의 선택지 안에서 고민하고 실패하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웃프면서도 깊게 다가온다.”
“이 책은 회사에서 하루빨리 도망치라고 아니면, 남아 있는 게 좋다는 어쭙잖은 조언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생활보다 나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이 어쩌면 더 힘든 도전일 수 있음을 얘기한다. 회사인간에서 벗어나고픈 우리에게 인생의 선택지를 넓히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퇴사 후 분명히 마주하게 될 여러 실패 속에서 얻은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힘이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덮어놓고 용기를 갖게 하거나 위로를 해주기보다는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참 어려운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항상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 토로에 다들 쉽게 동의할 것이다.
이제는 마흔 줄도 넘은 나이고 저자가 겪은 온갖 고충을 알까 말까한 경험을 했을 뿐이라 뭐라 말할 순 없어도 저자와 비슷한 또래라면 누구나 자기 얘기랑 어쩜 비슷한지를 놀랍기도 하고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는 생각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