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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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단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제목에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발행됐을 때의 표지로 출간된 겉모습에 눈길이 머물게 되었고

전 세계 수많은 문학 애호가들의 인생 소설로 손꼽힌다는 말에 혹해서

 

읽다가 말다가 하면서, 때때로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읽길 그만두고 싶어질 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금방 읽게 됐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고 주인공 스토너의 인생사-인내심에 그리고 그가 놓쳐버리게 된 수많은 것들에, 그의 삶에, 말년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많이 흔들려질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걸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읽은 사람은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괜히 마음 아프고 안쓰럽다는 생각만 들게 된다. 내 인생도 딱히 멋지지도 않고 성공한 것도 아니면서.

 

촌구석에서 성장했지만 어쩌다가 대학을 다니게 되고, 뜻하지 않던 영문학에 빠져들어 영문학 교수로 살아간 스토너에 대한 이야기 스토너는 어떤 화려함이나 격렬함 없이 담담하게 그의 삶을 뒤따르고 있을 뿐이라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딱히 재미난 구석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삶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삶이라는 것이 딱히 재미난 구석도 흥미로울 것도 인상적일 것도 없듯이

이 소설 또한 아주 재미난 것도 인상적이지도 않으면서 이상할 정도로 스며들고 빠지게 된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새로운 농사법을 배워오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들어갈 때 으레 품게 되는 환상도 낭만도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 필수과목인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만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하고, 스토너가 어떻게 대학 생활을 하고 교수가 되는지,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의 쓰라린 실패를 받아들이는지, 철저하게 실패한 결혼과 가정이 파탄 나는 과정을, 그럴수록 더더욱 열정적으로 책에 학문에 열중하는 모습을,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게 만나게 된 그리고 숨길 수밖에 없는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등등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주인공이 미련하지만 끝내 위엄을 잃지 않은삶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냥 어떻게 살아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읽게 된다면 그의 삶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고 조금이라도 참견을 해보고 싶어지게 된다. 재미난 구석은 없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잃지 않게 만드는 저자의 글재주에 감탄하면서도 조금은 행복을 안겼다면... 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스토너를 슬프고 불행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스토너를 평가하고 있다니 그런 방식으로 잠시 생각해보고 싶지만 그게 쉽게 되진 않는 것 같다. 그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비춰보기만 하게 된다.

 

스토너의 삶도 인상적이지만 이 책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글에 대한 그리고 책과 학문에 대한 깊은 사랑에 대해서도 조금은 공감하기도 하고 스토너가 보여준 열정과는 달리 모든 것이 사그라든 내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스토너의 삶을 성공실패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말하라면 실패에 가까울 것이다. 대학에서 정교수가 되지도 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에도 실패한다. 그러나 스토너의 삶은 단순히 성공이나 실패로 요약되지 않는다. 스토너는 자신의 삶에 주어진 1인분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독을 씹어 삼키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 소설은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하는 우리의 인생을 과장하지 않고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실제 삶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질감을 재현해 낸다. 하나의 극()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삶과 거의 일치하는 체온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책을 덮고 나서야 뒤늦게 적셔오는 감동이 있다.”

 

여운은 분명하게 있는 소설이다. 훌륭한 소설이고. 하지만 왠지 누군가에게 권하게 만들진 않는다.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하는 우리의 인생을너무 잘 반영하고 있어서일까? 어떤 평가를 하든 이 소설이 인생의 쓴맛 단맛을 잠시 느끼게 해준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참고 : ”50년 만에 이 소설이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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