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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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중세인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

2장 더 아름다운 삶에 대한 갈망

3장 영웅적인 꿈

4장 사랑의 형식들

5장 죽음의 이미지

6장 성스러운 것의 구체화

7장 경건한 퍼스낼리티

8장 종교적 흥분과 판타지

9장 상징주의의 쇠퇴

10장 상상력에 대한 불신

11장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사고방식

12장 생활 속의 예술: 반에이크의 예술을 중심으로

13장 이미지와 말: 그림과 글의 비교

14장 새로운 형식의 등장: 중세와 르네상스의 비교

 

 

 

언제부터 중세시대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정확하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판타지 소설이나 롤플레잉 게임(RPG)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 시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온갖 상상을 하도록 해주고 그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식으로든 중세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게 단순히 재미 차원을 넘어 조금은 학문-인문학적으로 알고 싶게 된 계기는 아날 학파를 접한 다음 부터였다. 요한 하위징아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아날 학파를 언급하는 게 뭔가 앞뒤가 맞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중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만난 것이 중세의 가을이었다.

 

제목부터 문학적이고 낭만적이라 왠지 끌리게 되지만 예전에 읽었을 때도 그렇고 다시 읽어봐도 영 읽기 쉽지 않기만 하다. 그나마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책보다는 조금은 쉽게 읽혀졌는데, 그게 번역이 잘 되어서인지 이것저것 중세를 조금은 알게 된 다음 다시 읽어서 그런 것인지 뭐가 맞지는 자신은 없다.

 

중세 유럽의 문화와 사상을 집대성한 요한 하위징아의 대표작.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 본격화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6세기경부터 중세의 유럽은 서서히 기틀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11세기경 이민족들의 지속적인 이동과 침입이 끝나고 이슬람 세력의 팽창이 주춤해져 유럽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이후 13세기까지 부흥기를 맞이한다.

하위징아는 이 책에서 전성기를 지나 노쇠해지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단계인 14, 15세기를 '가을'이라고 규정했다. 전성기를 지나 쇠락해가는 시대라는 의미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로 나아가는 시대'라는 의미로 '가을'인 것이다. 중세는 '대조'의 시대다. 빈자와 부자, 도시와 시골, 빛과 어둠과 같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들이 공존했고, 중세는 그 두 극단을 오가면서 역사를 만들어갔다.

역사에 있어서 암흑기라고 잘못 알려진 중세는 그 나름의 소박한 삶의 양식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환상 등을 통하여 이미 그 속에 화려한 인본주의의 싹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들이 가을에 열매를 맺듯, 자연스레 르네상스와 근대라는 수확을 거둘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하위징아는 거시적 접근 이외에도 기사도 정신과 성대한 입성식, 기마 시합, 종교적 신비주의와 금욕적 경건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암흑시대라는 말로도 통용되는 중세가 과연 그렇게() 봐야 할 것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책은 르네상스와 비교한다면 어둡고 음산하기만 한 시대겠지만 바로 그런 시대 속에서 르네상스가 태동하고 있었음을, 단절을 주목하기 보다는 어떤 이어짐과 그 시대만의 특징들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시선이고 흥미로운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봐서는 어느 정도 당연한 시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이 발표된 당시로서는 파격이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주로 새로운 것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후대에 와서 찬란하게 빛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활 형식이 어떤 경로로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알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보아 후대의 시대를 밝혀 주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에서만 과거를 살펴본다. 그리하여 근대 문화의 새싹들에 대한 근원을 찾아내려는 목적 아래 중세 시대가 철저하게 연구되었다. 얼마나 철저하게 연구되었는지 중세의 지성사는 곧 르네상스의 이정표이며 그것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라는 견해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한때 경직되고 죽어 버린 시대로 여겨졌던 중세의 도처에서, 우리는 미래의 완성품들을 가리키는 새싹들을 보고 있지 않은가? 새롭게 발전하는 생활양식을 탐구하다 보면, 역사나 자연이나 죽음과 탄생의 영원한 순환 과정이라는 사실을 손쉽게 잊어버린다. 낡은 사상의 형식들은 죽어 버리지만, 그와 동시에 같은 토양 위에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와 꽃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목처럼 중세의 끝자락을 두루 살펴보고 있고 읽기가 쉽진 않지만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들게 되는 매력으로 가득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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