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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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의 명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책을 쓴 커포티의 이름 또한 이전부터 접했었고. 하지만, 어쩐지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떤 내용인지도 잘 알지 못했고,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괜한 거부감을 느꼈었다.

 

논픽션 소설 - 기록 문학이나 증언 문학처럼, 상상적 허구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쓴 소설.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언급이 항상 뒤따르고 있어 막연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영화 카포티를 본 다음에는 그런 마음도 접어버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무참히 살해된 일가족 네 명과 그들을 살해하도록 운명 지어진 두 명의 불온한 아웃사이더에 관한 500쪽 분량의 소설을 굳이 읽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책을 고르다 눈에 보이니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쥐게 되었고 곧장 읽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마치 미뤄둔 숙제를 급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19591115일 캔자스 주 홀컴 마을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 사건을 6년 동안 집요하게 조사한 끝에 수천 매의 노트에 담아 되살려낸 두 살인자의 삶과 네 가족의 마지막 하루,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 실제 범죄의 생생함과 인간의 연약한 내면을 아름다울 만큼 극명하게 묘사한 범죄 소설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읽으면서도 읽은 다음에도 어떤 흥미도 느낄 순 없었다. 잔혹하게 벌어진 실제 사건을 소설로 엮은 내용에 어떤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무척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살인과 죽음 그리고 추적까지 자세히 탐구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사건과 관련된 온갖 것들을(인물들의 과거와 내면까지) 모조리 들춰내는 방식에 꼭 이렇게까지 파고들어야 했던 것일까? 라는 불만도 갖게 된다. 정교하게 모든 것들을 다뤄내고 있지만 때때로 신속하게 진행을 하다가 엉뚱한 샛길로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뭔가 두리번거리며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겠지만 왠지 좋게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커포티는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저자의 집착에 궁금증을 갖게 된다. 왜 그렇게까지 몰두했던 것일까? 성공하리란 직감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혹은 해설가들의 말처럼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그것도 그렇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부분까지 저자의 관점이 스며들었는지 알아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한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사건의 피해자, 목격자, 범인, 수사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고, 이들 각각의 목소리들을흥미롭게 풀어낸 능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탁월함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범죄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표면을 넘어 인간 내면을 더 없이 깊숙이 파고든 것일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논픽션 소설이자 최고의 범죄 문학이라는 점에서는 쉽게 동의할 수 있지만 이걸 어떤 식으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는다.

 

재미있게는 읽히지만 재미를 느끼는 것에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묘한 책이긴 했다.

 

 

 

 

참고 : 실제 사건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보다는 저자의 방식대로 치밀하게 재구성된 것 같다는 느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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