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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ㅣ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재검토와 보완 그리고 넘어서기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를 읽으면서 들게 된 생각은 저랬다. 그건 ‘트랜스크리틱’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그는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고 거기에 칸트를 혹은 다른 이들의 생각을 더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인다.
“사회구성체 역사를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다시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자본론’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마르크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어렵게 읽진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읽혀지지도 않는다.
‘자본론’이 자본주의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도였다면 가라타니 고진은 그 과정에서 놓치거나 주목하지 못한 부분을 더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과 희망을 혹은 다짐을 말하려고 한다.
서설을 통해 이 책이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 전반적으로 알려준 다음 하나씩 자세히 다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선 최초의 사회라 할 수 있는 씨족사회가 어떤 이유로 정주사회로 변화가 이뤄졌는지를 알아본다. 그로 인해서 증여와 교환이 발생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구성체인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본다.
농업혁명, 도시의 형성, 사회계약 등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한 후 국가 내 그리고 국가 간 (상품)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 등장하는 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당연히 자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고.
가라타니 고진의 논의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항상 그가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제국과 종교에 대해 이것저것 살펴본 다음 따로 나눠놓고 생각했던 것들을 묶어서 생각해보고 있다.
세계=제국과 세계=경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국가와 자본 그리고 그가 꾸준하게 다루고 있는 네이션과 어소시에이셔니즘을 중심에 놓고 있고 마무리로 지금 현재를 그리고 앞으로를 고민하며 자신의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세계공화국으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생소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진 않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확장시켜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지금의 세계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는지 알아보고 그에 대한 비판과 변화에 대한 전망(과 의지)을 내놓고 있다.
“다시 쓰는 ‘자본론’”이라는 평가보다는 제목 그대로 마르크스의 논의를 토대로 한 세계사라고 생각하며 읽는 게 알맞을 것 같다. 마르크스 이후의 여러 연구들을 적극 반영하고 있어 좀 더 세련-보완된 논의이기도 할 것이고.
그의 시각이 못마땅한 사람은 이전에도 그랬을 것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가 꾸준하게 주장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세계동시혁명 또는 세계공화국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아주 허튼 꿈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