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리커버)
앨런 재닉, 스티븐 툴민 지음, 석기용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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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알든 모르든 얼핏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들어본 적 없고 몰라도 상관없다. 먹고 사는 것에 딱히 도움 되는 이름은 아니니까.

 

이렇게 빈정거리듯 시작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에 대해서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고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알아보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사정없이 난해한 인간이라 알려고 노력하는 순간 당장 관심을 끊게 하지만.

 

논리 - 철학 논고철학적 탐구는 그를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책이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읽진 않더라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많지 않고 이해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읽긴 (노력)했으나 도대체 뭔 소린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냥 읽은 걸로 만족하자는 생각만 들었다. 몇몇 글귀는 인상적이었다... 는 식으로 위안을 삼았다.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제대로 읽으려면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빈다음 읽어야겠지만 그렇게 체계적으로 읽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읽게 된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은 단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시도가 아닌 좀 더 범위를 넓혀 비트겐슈타인과 그가 성장했던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의 (세기말) 빈부터 시작해 비트겐슈타인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저자()은 단순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논의에 대해서() 다룬다면 그의 진정한 의도를 놓칠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가 어떤 성장 과정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왔고 그가 어린 시절에 영향받은 다양한 것들로 인해 지금과 같은 논고/탐구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파악하고 있고 그걸 자세히 따져보려 하고 있다. “세기말 빈이라는 역사적, 문화적 토양 속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밝혀내려 한다.

 

논리학과 언어분석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 해석하면서 비트겐슈타인의 윤리적인 면모를부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간 당시) 기존의 해석과는 괴리가 커 논쟁적이라 볼 수 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도 (논고/탐구 둘 다 읽긴 했지만) 전혀 모르기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통해 세기말 빈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비트겐슈타인 사상과의 연계성을 찾는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진 알 수 없다.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았고. 그래도 겁먹지 않고 논의를 따르다 보면 세기말 빈에 대해서 그리고 그 빈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인사를 통해서 그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분명 이상하긴 하지만 어쩐지 이해도 될 것 같은 그 시절의 빈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어쩐지 좀 더 알고 싶게 만들고 도대체 그때의 빈은 어떤 세상이었나? 라는 궁금증이 가득하게 해준다.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다루려 하는지, 합스부르크 시대의 빈은 어떤 도시였는지, 당시 대표적인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걸 가다듬게 되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그런 다음 다시 합스부트크 빈과 지금 시대를 겹쳐보고 비춰보며 (그리고 비판하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19세기 말의 빈은 신흥 부르주아와 합스부르크 제국의 구질서가 충돌하고,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이 들끓던, 유럽 사회의 계급적, 민족적, 인종적 모순의 집결지이자 모더니즘 탄생기의 꿈의 도시, 천재들의 놀이터였다.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정신분석학이 탄생하고, 통계열역학의 아버지 루트비히 볼츠만과 감각경험론의 에른스트 마흐, 쇤베르크의 12음계 작곡과 무조음악, 로베르트 무질의 모더니즘 문학과 일체의 장식을 거부한 아돌프 로스의 모더니즘 건축이 빈에서 탄생했저자들은 어떻게 한 도시에 이렇게 거대한 지성과 예술의 소용돌이가 들끓고 있었는지, 이러한 시대적 격랑 속에 던져진 예민한 청년 비트겐슈타인이 동시대의 지성들과 공유했던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 그리하여 논리철학논고라는 한 천재의 작품 속에 그 시대의 정수가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를 세기말 빈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각 분야의 천재들의 향연 속에서 분과 학문들의 경계를 넘는 탁월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세밀히 밝혀내고 있다.

 

넓은 맥락 속에서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전체 내용을 잘 이해했다 할 수 없지만 어떻게 넓은 맥락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후기에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전체 내용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가 무척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논의가 있어 이것만 따로 떼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칸트, 쇼펜하우어 등 알 생각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들의 사상을 논하는 부분은 읽기를 그만두고 싶게 하지만 그런 괴로움을 조금만 참으면 무척 흥미로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한 논의도 읽기 힘들지만) 내용이 많았다.

 

제목이 눈에 들어와 펼쳤으나 생각보다 흥미로운 내용 많았다. 하지만 읽어보라고 권하기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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