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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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처럼 느껴질 수 있어도 책을 읽게 된다면 가장 알맞은 제목이라 생각할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거창하게 말해서는 현대 문명 혹은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전쟁과 성 SEX 그리고 간편한 즉석음식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재미나고 흥미롭게 (그리고 간략하게) 2차 세계 대전 이후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짚고 있고 인정하기 미심쩍고 불편해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 , 쇠가 인류 문명의 운명을 바꿨다면 현대 문명을 주도하는 것은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음탕하고, 사람을 살상하고, 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들'이 현대 문명을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채워진 이 책은 요약만 읽고서는 마치 난잡함과 잔학함 그리고 편향된 먹성에 대한 찬양과 긍정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금까지의 발전과 혁신 그리고 개선은 선한 의도로만 가능했던 것이 아닌 엉뚱하고 기발한 여러 우연과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서 이뤄졌음을 알기 쉽게 이해시켜준다.

 

일상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떤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지를 살펴보는 일종의 문명과 문화사이면서 아름다움이나 헌신 혹은 숭고함이 아닌 전쟁에 이기겠다는 의도에서 덮어놓고 만들어진 것이 전쟁이 끝난 후 돈벌이나 성욕과 같은 원초적인 욕망을 통해 어떤 식으로 발전과 발명이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어떤 이유와 추동의 과정을 확인하고 있고 그 결과물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짓궂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알게 해주기도 한다.

 

약간이나마 알고 있었고 가끔씩은 생각해보기도 했던 전쟁과 문명에 관한 밀접한 혹은 느슨한 연결고리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인간과 문명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대답하기 머뭇거려지는 거창한 질문도 생각나게 된다.

 

이제는 너무 밀접해져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 결국 저런 이유 때문에 만들어진? 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오히려 그 시작의 솔직함에 반갑기도 하고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떤 관련 속에서 각기 다른 영역이 하나로 맞물려지고 서로의 기술을 써먹고 활용하고 발전시키는지를 알게 되어갈수록 그 경계의 넘나듦에 놀라고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고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라는 감탄도 하게 한다. 좋든 싫든 생각의 트임을 본받고 싶어진다.

 

현란한 역사책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한 농담과 같은 책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곧장 빠져들게 되고 전혀 다른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 어떤 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알다보면 단지 곁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만이 아닌 내 자신의 쓰임과 용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세상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방식으로 굴러간다.

 

전쟁은 어떤 식으로 별의별 발전과 혁신을 만들어냈고 전쟁이 끝난 후 평화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편안함을 찾는지를 그 안락함은 전쟁을 어떤 식으로 활용했으며 불편함과 굶주림을 피한 후 참고 있었고 감춰뒀었던 성욕은 어떻게 수면 위로 드러났고 폭발했으며 해소하게 되었는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풀어내고 있다.

 

기가 막히지만 그게 사실이니 그저 인정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돌아갈 것이니 어떻게 앞날이 굴러갈지 궁금해지게 된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로 우리를 향하게 만들지 걱정과 기대가 뒤섞여 바라보게 해준다.

 

 

 

 

 

 

 

 

참고 : 나 또한 욕망에서 벗어난 존재가 아닌 그 한 가운데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복과 경쟁, 지배와 성욕 그리고 식욕으로 똘똘 뭉쳐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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