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생이다 - '소수록'읽기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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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생이다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제목부터 읽고 싶기 보다는 읽기가 망설여지는 제목이었다. 관심이 가지 않는 제목이었다.

 

기생에 대해서 특별한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 없었고 생각해봤자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한 대상 이상의 의미는 없으리라 본 기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건 모든 이에게 멸시, 천대, 외면을 받았던 존재였다는 생각에, 어떤 식으로도 긍정적이고 호의를 품은 시선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과연 조선 시대에 기생이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됐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본인이 어쩌다 기생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고 그들에 관해서 무척 적은 자료만 있을 뿐이고 그 이유는 왜인지 알려준 다음 기생에 관한 다양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기생을 시대의 피해자로서 바라보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모순적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저급한 창녀라고 무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준 높은 예술인으로 선망하는 두 시선과 멸시하면서도 가까이 하고자했으며 얕보이면서도 질투하고 경계했던 그들이 욕망의 절제를 강조한 유교적 조선 사회에서어떤 식으로 욕망의 상징으로 존재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들의 고달픈 일상잘해봤자 첩이되는경우나 그렇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해 늙고 병들어 가난과 사회적 냉대를 받는가련한 말년을 조금이나마 들춰보며 알아보고 있다.

 

부족하기만 한 자료들을 최대한 모아보고 추려내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나는...’은 그동안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기생 명선이 직접 자신의 삶을 풀어 쓴 소수록을 중심으로 기생이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최대한 알아보려 한다.

 

우선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순서는 소수록의 내용을 우선 살펴본 다음 기생에 관한 여러 글이나 편지 등이 저자의 구분에 따라 나누고 있고 그 글과 편지들의 원문과 뒤이어 보론을 통해서 내용을 끝내고 있다.

 

특별히 이상한 구성처럼 생각되진 않았지만 직접 읽어보니 보론에서는 조선의 기생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고 그들이 어떤 존재였고 특징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론을 제일 앞에 놓이도록 해서 기생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한 이해를 하게 해준 다음 그들의 삶을 알아보도록 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보론에 다 있어 오히려 오해가 더 커지거나 편견을 그대로 남겨두고 읽도록 하는 것 같다.

 

보론이 앞서 다룬 기생에 대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학문적인 글이라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져도 이런 내용이 오히려 기생에 대한 감정에 치우친 이해나 재미로서의 대상이 아닌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있어 이 보론을 조금 더 길게 풀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생들이 쓴 글이나 편지 등을 통해서 그들이 고달픈 삶이었고 그런 삶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솔직하게 쏟아내고 있는지를 (혹은 돌려 말했는지를) 알아보며 중간 중간 글에 대한 해설과 저자 자신의 평가 그리고 조선 시대의 풍속을 함께 다루고 있지만 그런 내용들은 흥밋거리 이상인 것 같지 않아 보론과 같은 형식으로 글을 더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생에 관한 여러 기록과 글을 통해서 그들이 타자화 된 존재였고 때로는 스스로를 타자화하기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여러 글들의 나열에서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글들의 정리 이상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기생으로 살아간 사람들이 여성들이고 그들이 살아간 때가 조선 시대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딱하고 기구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나는...’은 그걸 잘 해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생각에 머물거나 잠시 떠올리기만 했던 그들의 삶에 대해서 충실하게 다뤄보려고 했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살펴보려고 했던 그 의도에 대해서는 성실한 노력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걸 시작으로 조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중 감춰지고 놀림을 받던, 숨어 지내고 구석에 몰려 있어야만 했던 이들이 기생 말고 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찾아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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