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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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가.그.쪽.으.로.갈.까? 라고 묻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말인가.

 

우리가 함께 있었을 때 그는 수화기 전편에서 늘 이 말을 하고 있었지.

내.가.그.쪽.으.로.갈.까?  그때의 그는 공중저노하 부스안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 또 이런 말도 했었다. 그.쪽.으.로.가.고.있.다, 고.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흐린 날도 맑은 날도 그 말 속에 섞여 흘러갔다.

그때의 우리는 어느 시간이든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 이른 시간이어도 그가 내게 오지 못하는 시간은 없었고 내가 그에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의 우리는 언제든 서로를 향해 어서와, 라고 말했다.

 

p22-23

 

신경숙 소설. 이번 책. 읽히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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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고 운전경력 4년차.

오늘도 여전히 차 깜빡이를 키고 옆 차선으로 들어갈라치면 저 뒤 아주 멀리에서 천천히 오던 차도 미친듯한 파워 엔진을 가동시킴은 물론이려니와 클랙션까지 울려가며 혹여 그 사이 내가 들어올까 하는 염려의 소리가 나한테도 들리는 듯이 내 차의 오른쪽 부분을 쌩하니 앞질러 지나간다. 역시, 대부분의 차들은 옆 차선의 차가 깜빡이를 키고 들어올라치면, 폭주족이 된다.

반면, 분명히 들어올 수 없는 옆 차선이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내 차 앞으로 비집고 들어오거나 들어와서 깜빡이를 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들을 운전을 하면서 당하다보니, 옆 차선이 깜빡이를 키면 무한한 파워가 가동되는 것이리라. 라고 이해라는 것을 해보려 한다. 이해라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점잖기로 유명한 이곳의 운전예절이 날이 갈수록 터프해지기만 하고, 어느새 내 마음 한 켠에도, 오늘은 절대 비켜주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 들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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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서 근무한다. 나의 첫 직장이 병원이었으며, 그렇게 일해 나간지 9년차가 되간다. 물론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병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난 곳도 병원 비스무리 한 곳이었다. 나는 어느 군의 리에 있는 작은 조산원에서 태어났는데, 내 나이 때 만해도 시골 사람들은 집에서 애를 낳기도 했단다. 그리고 조산원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이후 조산원이 점차 사라지고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것이 보편화 되어갔다. 그러고 보니, 모두의 고향이 병원이 되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얼마전 계약직의 내부 무기계약직 변환을 위해 지원서를 다시 쓰라는 문자를 받고, 회사 내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해 나가는데,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출생 및 가족관련하여 쓰라는데 쓰다 보니 말이 꼬이고, 글이 꼬이고 내 마음도 꼬이기 시작했다. 뭐야? 난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일하는 거야? 이러다가 나중에 죽을 때도 병원에서 죽는 거 아니야?. 그게 뭐? 라고 말하면 그래그래. 정도 이기는 하다만, 왠지, 아파서 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병원에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물론 병원은 건강해지기 위해 아픈 곳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지만, 아픈 곳이 병원에만 가면 모두 낫는 것만은 아니고, 아프지 않은 사람도 수많은 환자들로 인해 마치 나도 환자가 될 것만 같은 곳임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다보니, 이래도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 이곳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내가 자식을 낳는다면 또 병원에서 출생하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백두산이나 한라산 등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애를 낳을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런... 무슨 의미 없는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데 한 시간 가량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이게 뭐라고. 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야 말았다.

탁. 두 줄, 세줄, 짤막하게 쓰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9년을 달려온 내 길에게 느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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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아이를 안아주셨나요? - 엄마 아빠들이 꼭 알아야 할 터치의 기적
티파니 필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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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학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다. 심리학 관련일이라니? 주로 심리검사다. 심리검사라니?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심리검사라는 이름하에 있는 것들을 실시하고 평가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 곳에 내가 근무하는 소속이 아닌, 의사의 개인 연구원들이 함께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의 직원이 아니고, 의사가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인해 필요한 연구원들을 누구의 동의를 얻었는지는 모르나, 같은 사무실에 배치시켰다. 물론 나야 힘도 없고, 함께 있으면서 장점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냥저냥 함께 지나간다.

그 연구원 중에 한 분이 간호학 박사논문을 쓰고 계신데, 그분이 읽어보라고 주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분이 가끔 책을 읽어보라고 하시는 책의 공통점은 진짜 쉽다. 그리고 글씨크기가 크다. 어찌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분들이 더 잘 쓸 법도 하게 쉽다(글 솜씨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이 정답이겠거니만...).

결론적으로 말해 자주 안아주고 만져주면서 터치를 통해 사랑을 알아가라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친구 Y를 만나 안아주니, “왜 이렇게 빈정대? 저리 안가?”라며 매몰차게 버려졌다. 이 책을 읽고 남편 J를 만나 안아주니, 꼭 안긴다. 순간 이 소재로 실험하여 논문한편이 쓰고 싶어진다. 안아주는 것에 대한 반응을 통해 보는 사람의 특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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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을 위한 심리학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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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린시절의 히스토리를 쭉 보다보면, 어찌보면 방어책으로 나를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여린 나에게 가족은 위압적으로 다가왔고,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해치는 존재였고, 어린 나를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을 했다.

그러한 벽을 안고 성인이 되었고, 성인이 된 후에서야 나로 다시 서는 시간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를 반성하고,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것이 어떤 것이며, 내가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놓아버린 것이 아니라, 마음을 놓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게 되면, 나만의 방식으로 나는 나보다 아이를 더 사랑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이 책은 조금이라도 당신을 챙기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제목을 선정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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