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에서 근무한다. 나의 첫 직장이 병원이었으며, 그렇게 일해 나간지 9년차가 되간다. 물론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병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난 곳도 병원 비스무리 한 곳이었다. 나는 어느 군의 리에 있는 작은 조산원에서 태어났는데, 내 나이 때 만해도 시골 사람들은 집에서 애를 낳기도 했단다. 그리고 조산원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이후 조산원이 점차 사라지고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것이 보편화 되어갔다. 그러고 보니, 모두의 고향이 병원이 되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얼마전 계약직의 내부 무기계약직 변환을 위해 지원서를 다시 쓰라는 문자를 받고, 회사 내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해 나가는데,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출생 및 가족관련하여 쓰라는데 쓰다 보니 말이 꼬이고, 글이 꼬이고 내 마음도 꼬이기 시작했다. 뭐야? 난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일하는 거야? 이러다가 나중에 죽을 때도 병원에서 죽는 거 아니야?. 그게 뭐? 라고 말하면 그래그래. 정도 이기는 하다만, 왠지, 아파서 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병원에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물론 병원은 건강해지기 위해 아픈 곳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지만, 아픈 곳이 병원에만 가면 모두 낫는 것만은 아니고, 아프지 않은 사람도 수많은 환자들로 인해 마치 나도 환자가 될 것만 같은 곳임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다보니, 이래도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 이곳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내가 자식을 낳는다면 또 병원에서 출생하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백두산이나 한라산 등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애를 낳을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런... 무슨 의미 없는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데 한 시간 가량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이게 뭐라고. 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야 말았다.
탁. 두 줄, 세줄, 짤막하게 쓰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9년을 달려온 내 길에게 느낌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