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심장이 사랑할 시간
화연 윤희수 지음 / 마루&마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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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심장이 사랑할 시간

윤희수 지음

 

로맨스 소설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거나, 만화방에 매일 가는 친구가 있었다. 할리퀸 소설의 한국판과 같은 류를 매일 탐독하는 녀석이었다. 벌써 이십 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새로 사들이는 책들이 거짓말 좀 보태 산더미처럼 늘어가는 상황인지라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집기는 실상 어렵다. 책이 곳곳에 많은데, 처분해야 할지 말지 고민 상태인 책 수백권이 현관문을 열면 탑처럼 쌓여있다.

 

올해 초 아이들 방을 만들어준다고 급하게 베란다에 밀어두었던 짐들을 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정리를 했다. 정리를 하다가 발을 디딜 수 있게 되면서 발견한 책. 책은 읽고 나면 내용보다는 느낌이 남는데, 사람에 대한 인상처럼 책에 대한 인상과 잔상이 남는 격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분명 아주 훌륭하게 책장의 한 켠을 차지했는데, 아직도 다음에 또 읽을 책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다분했는데, 이젠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게 웬걸. 읽어도 읽어도 가슴을 저며오는 스무살의 아름다운 찌름은 없었다. 한동네에서 큰 서로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그 안에 이야기는 음... 글쎄... 평범한 집안의 둘은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갔다. 남자는 여자가 의대에 가니, 법대에 가려던 마음을 돌려 같은 대학, 같은 의예과에 입학을 했다. 여자는 잘나가는 선배와 연애를 하지만 짧게 끝났고, 남자는 여행을 떠났다. 여자는 남자의 흔적을 찾아갔고, 둘은 함께 사랑을 나눈다.

 

이십 여년 전의 나는 녀석이 다 읽은 책을 집어 읽기도 했고, 몇 번은 친구가 다니던 만화방에 따라가기도 했다. 이십 년이 흐른 현재의 나는 사랑의 전율이 느껴지는 책들에 재미가 있다고 느껴지던 때의 감흥도 이제는 말라버린 것인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끼며 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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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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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옷을 개어 세로로 넣으라는 저자의 말 하나에 반해, 분명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예견을 비켜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샀다.

 

옷을 접어서 위로 쌓아놓는 방식을 오랜 시간 썼다(그러고 보니 엄마는 세로로 했었군.). 옷이 4개 이상만 쌓여도 이내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거나 고아처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사라지는 건 아이만이 아니라 옷도 그러하다.

 

싹 다 꺼내놓고 한 번에 정리를 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어쩌면 일부는 일어나고 일부는 잠식할 이야기다. 혼자서 사는 집이 아니라는 그럴싸한 핑계 말고 일부는 그렇게 하는데 전부를 그러기에는 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까지만 해두겠다. 눈을 뜨고 보면 모두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다. 완벽하게 정리를 했다고 해도 뒤돌아서면 무언가 부족한게 보이거나 어설프게 느껴진다. 물론 모두 비우고 채우지 않으면 정리해야 할 힘도 필요가 없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건 구매를 그만큼 많이 한다는 것도 되고, 각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데 그럴 자리도 없으면서 일단 사고 보고, 물건을 비우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는 건 안다. 비워야 내 마음도 비워지고 무언가를 채우던지 비워놓은 채 살던지 할텐데 자꾸만 복잡해 진다.

 

한번 정리하면 절대 다시 어지럽히지 않는 정리법은 한번 정리하고 나서는 그대로를 유지하는건데 그러려면 딱 그만큼만의 물건만 들여야 한다. 버리기를 철저히 해야 하고, 한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정리하고 유지. 내가 그만큼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정신력을 가지고 그만두어야 하는데, 나는 매일 쇼핑몰을 뒤진다. 요즘은 신발에 빠져서 여럿 진열해뒀다. 킨 신발은 사이즈 미스로, 반품비가 만만치 않아 여러날 고민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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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정리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된다. 설레지 않는 옷들은 버린다. 트레이닝복을 너무 즐겨 입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활 습관과 태도도 트레이닝복에 맞춰진 삶을 따라가게 되어버린다. 정리 후 자신에게 설레는 책만 꽃혀 있는 책장을 상상해보자. 상상만해도 황홀하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선택의 역사를 정확히 보여준다. 지금 사용하는 것, 한동안 필요한 것, 보관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것 이 세 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서류는 전부 버리자. 자신의 판단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경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 결단력이 키워진다. 지금 가슴 설레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의 적정량을 알게 될 때까지 줄여라. 정리를 해서 물건을 줄이면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가치관을 활실히 알 수 있다.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물건이 버려지고 태워져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에너지는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당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물건, 행복하게 해주는 물건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위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선반이 있다고 하자. 그 위에 주소가 정해지지 않은 물건을 하나 놓는다. 그러면 이 물건 하나가 정리에 치명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주소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옆에 다른 여러 물건들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마치 전원 집합이라고 하고 물건에 명령이 떨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에 물건을 늘어나는 것이다. 정리할 때 버린 서류가 나중에 필요해졌을 때 일단 서류 자체가 없으므로 집 안을 뒤지지 않아도 수중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물건을 찾아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찾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주는 스트레스 경감 효과는 매우 크다.

 

정리는 후딱 끝내는 것이 좋다. 정리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는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끝낼 수 있다. 평생 해야 하는 것은 버릴지, 남길지의 판단과 남기기로 정한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

 

세울 수 있는 건 모두 세워서 수납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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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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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예상과 다른 저자의 모습을 보면, 환상만 깨지는 것이 아니라 책의 몰입도의 하락과 긍정이 부정으로 역변함이 이어진다. 저자의 모습은 내가 만든 것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뿐인데, 짜증이 인다.

 

겸손보다는 자기 자랑이 만연한 사람, [나이듦에 관하여] 저자가 대표적인데, 외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는 역시 그 잘못을 바꾸어 낸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나는 그런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운 감정과 작가가 스스로 자신을 초라한 인간으로 전락시켜버린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책은 읽다 보면 곤충사회이기보다는 개미사회이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전 서천 국립생태원에 다시 찾았고, 거기에서 잎꾼개미들의 수도 없는 행렬을 보며 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생태원에서 볼만한 건 이거 하나인가 싶어 아찔하기도 했다. 광활하게 넓고, 찌고, 덥고 숨 막히는는 날이 오면 하염없이 이어졌던 잎꾼개미들의 걸음이 생각날 것 같다.

 

+그나저나 민벌레

 

+책 내용 중 2-개미에게 배우는 지혜는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린 아이와도 읽어볼만한 정브르, 생물도감, 에그박사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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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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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6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일단 잡으면 놓지 못하게 되는. 스토너처럼. 오랜만에 이런 소설을 만났다.

 

주인공 호프밀러는 군인이다.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고 있던 그에게 케케스팔바라는 부유한 이와 우연히 연이 닿으면서 처음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풍족함에 반하다가, 그러다가 케케스팔라의 딸 에디트에게 말동무를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어느새 에디트가 처음부터 자신에게 사랑의 연민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급 전개가 이루어진다. 에디트는 어느날 불구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콘도어라는 의사로부터 주기적으로 검진 및 재활을 받고 있다. 신경질적이며 아버지 케케스팔바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호프밀러를 옭아매듯 둘이 엮어 들어가는데,

 

결국 그녀는 가망없는 재활에 잠시 희망을 품었다가 이내 좌절을 안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은 1939년 출간이 되었다. 그리고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 시기에 쓰인 소설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여주인공은 히스테릭하고 주인공은 남자인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에서 점점 무언가에 알 수 없이 끌려 들어가면서 그 안에 감정들이 쓰나미처럼 소용돌이치고 이랬다저랬다 하다가 결말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는 소론, 본론. 결론의 3부작을 성실히 수행한다.

 

대사, 하나의 문장에 홀리기보다 463p의 다소 두꺼운 책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힘에 이끌려 따라갔다. 흘러가기보다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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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중: 소설은 진정한 연민과 잘못된 연민(초조한 마음)을 주인공 호프밀러와 에디트의 관계 그리고 콘도어 박사와 눈먼 그의 부인 관계를 통해서 보여준다. 불구인 사람 앞에서 온전한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 미안함 그리고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초조한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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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 싱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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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싱 지음

김세경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3

 

왜 나는 자신을 행성이라 착각한 여자라고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책을 읽고 나니, 착각생각도 아닌, 자신을 행성이라 여긴 여자이다.

 

저자가 쓴 10개의 단편소설을 묶어서 출간하였고, 그 중 하나인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다른 소설들은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정신병 중 조현병이 있다. 망상이 심한 환자. 그들의 삶을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착각한 것도 생각한 것도 아닌 완전히 몰아일체, 하나로 만들어 가상이 사실이 된 삶에서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주변의 사람이 겪어야 하는 것들. 때로는 공유정신병처럼 원하지 않아도 똑같이 되어 버리는 상태.

 

[곤충 인간들이 그의 등을 타고 어깨를 넘어와 열린 그의 입속으로 벌써 행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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