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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 나이듦을 재정의하고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여 우리 삶을 재구상하다
루이즈 애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 / 비잉(Being) / 2020년 2월
평점 :
나이듦에 관하여
루이즈 에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
별 1개
노인의학이 중요한데도 경시되는 현재와 의사들의 인간성을 비판한 책.
자신의 위대함을 논하고, 거기에 타인에 대한 비판과 노인의학이 얼마나 위대한지 방대한 분량(무려 794쪽)으로 화답하는 책이다. 이러한 내용이 2/3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반복된다. 책을 읽고도 내가 무얼 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숲이 보이지 않고, 특정 나무들이 수도 없이 비벼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지에 달려있는 수많은 벌레 글들에 눈길을 두며 고통과 함께 넘긴다. 그런데 왜 이걸 끝까지 읽었냐고? J가 너무 좋은 책이라고 극찬을 마다하지 않으며 함께 읽자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에게 내가 추천했던 책도 그랬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끝까지 읽었다. 읽어도 도통 모르겠는 책이 있으면 이제는 괜찮다라고 한다. 내가 꼬 다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의 위대함을 말하는 대목은 [1등만 떠받드는 작금의 사회에서 환자 혹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그 어린 나이에 고민하기 시작했으니까.]라며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소름이 돋으며 “대단하다. 진짜.”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문득 Y의 일이 겹쳐 떠올랐다. Y는 노인의학을 하는 의사와 십여 년 정도 근무를 같이 했는데, 지속된 가스라이팅, 갑질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다 바닥을 기어 간신히 그곳을 벗어났다. 1년 쯤 흐른 어느 날 Y는 “치매 걸려 죽을 년”이라는 말로 조용히 그 의사의 말로를 그렸다. Y가 퇴사하자 버리지 못한 못됨은 나에게로 이어졌고, 그는 아직도 당당히 표창장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상은 인간의 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설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편견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미 편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류는 이런 선 긋기를 통해 목숨을 연명해 왔다. 한 직업군 안에서 적지 않은 구성원이 일 때문에 타자의 기본 인간성 침해에 무각감해 진다면 그 직업 문화는 전체적으로 병든 것이다. 공감력이나 양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누워서 떡 먹기다. 평범한 청년이 의사 이름표만 달면 공감력은 곤두박질을 친다. 전국적으로 10여 년마다 의대 교과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봐 가며 이런저런 개선 시도를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다.
재력에는 반드시 권력이 따라온다. 힘이 있으면 자기 입맛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진다. 의사들은 일종의 집단 환각에 빠져 있다. 의술을 행함에 있어 외부인은 모르는 고충이 있는데 의술의 도덕적 의무는 신성불가침이므로 이 고충을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과 해결책은 정당하다는 환각이다. 의학의 폭력. 타키피락시스란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반응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폭력은 냄새나 마약과 흡사하다. 죄 없는 환자들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것은 그들의 인간성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정작 의사가 가해자가 되어 불필요한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의료 현장의 현실은 인정하지 못하겠나보다.
나를 탈진시킨 또 다른 요인 하나는 평생 충성해 온 직장이 내 가치관과 목표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단절감이었다.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감정의 동요가 심해지고,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 되어 힘들어 한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그들의 숨통을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아 몸과 마음 모두 황폐해진 탓이다. 팽팽한 긴장 상태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과중한 업무가 겹치면 자기비하, 가치관 왜곡, 행동 변화, 인간관계 악화, 은둔, 그리고 내적 공허의 악순환만 반복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는 우울감이 유독 흔하고,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졸중을 원망하면서 화가 많아지기 십상이다. 한편 루이소체 치매의 대표 증세로는 들락날락하는 정신과 착란과 환각이 유명하고, 전두측두엽 치매는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라 대학살이라는 소설가 필립 로스의 말이 있다. 혹시라도 강제로 끌려갈까 병을 숨길 정도로 노인들에게는 요양원이 무시무시한 곳이다. 두려움이 우리 눈을 가리게 두어서는 안된다. 노화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정의는 아마도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생물학적 징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