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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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The Bookclub


맡겨진 소녀

클레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숨 쉬듯이,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는데, 중간중간 표현력에 놀라고, 별다른 소재도 아니고 별다른 이야기도 없는데 내 마음은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작가의 다른 책들을 바로 사게 하는. 역자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흥이 다를지 기대를 갖고 다른 책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어떤 들판을 걷게 될까.

 

맡겨진 소녀는 사는 게 팍팍한 어느 집의 몇 번째 딸 중에 하나가 잠시 동안 어느 집에 맡겨지게 되면서의 잠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곳에서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아이는 존중을 받음으로 인해 새로운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삶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에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이 알려준다.

 

내가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네로 아빠의 차로 가면서

나무 좀 봐요”-(내 마음 속: 아빠 나 좀 봐요.)

나무가 뭐” - (내 마음 속: 너에 대해 신경쓰고 싶지 않아.)

아픈가 봐요” - (내 마음 속: 나 아파요.)

수양버들이잖아라고 말하는 것에서 나는 그 이면의 나의 마음을 들은 것 같고, 이런 글들이 계속 이어져서 마치 내가 소설에 있는 것도 같고.

불구덩이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 (내 마음 속: 밉보여서 혼나지 마라)

 

아이가 맡겨질 집으로 가는 길에 [뒷자리에 앉은 내 모습은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서 집시 아이처럼 지저분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아빠는 그냥 우리 아빠 같다]라는 말을 통해. 심리상태가 어떤지 보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무슨 일을 하든 절대 서두르지 않지만 쉬지 않고 바지런히 움직인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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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 - 경기콘텐츠진흥원 ‘제4회 경기히든작가’ 수상작품집
김보성 외 지음 / 꿈꾸는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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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

김보성, 주안 외

꿈꾸는 별

 

이번 생에선 책방 해서 돈 좀 벌었다는 주인은 만나지 못하는 걸까? 잘 된 사람이 글 좀 써주시오. 이렇게 했더니 책방으로 잘 먹고 잘 잔다고. 적은 돈이지만, 풍족하지 않지만 이런 말을 앞에 넣지 않고 두둑하게 산다고. 마음만은 두둑하다는 말 말고,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이 번다고. 안 쓰고 절약해서, 마음과 몸이 지치지 않아서 결국엔 부자라는 말 말고.

 

나를 포함한 모두는 책방을 해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한 명의 손님이 왔다. 주인이 없는 사이 손님이 다녀갔다. 책방이 너무 예쁘다며 감사하다고 문자가 왔다. 주인이 있을 때는 신기하게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 약간 열려 있는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 두시간 조용히 있다가 기쁜 마음을 문자로 전하고 사라지거나, 아예 아무 소식도 없이 물건을 사고, 공간을 느끼고 가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런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나 또한 그런 책방들을 사랑한다. 주인이 없는 공간에서 마치 자신이 주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나름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책방 속에서 한 순간 구성원이 되기도 하는,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순간의 중요한 누군가가 될 수 있는 곳.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동네 책방이 보이면, 그렇게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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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을 걷다 쏜살 문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조애리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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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을 걷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조애리 옮김

민음사

 

쏜살 문고. 작은 책으로 만나는 민음사의 책들. 참 좋다.

작은 오두막에서 보낸 2년 남짓의 시간만으로 소로를 생각한다면 다른 책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른 책이 꽤 좋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낮의 빛이 그들의 가슴속으로 피난 와 있다.

 

어디로 걸을지 결정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나는 자연 속에 섬세한 자력이 있다고 믿는다. 무의식적으로 그 자력에 복종하면 바른길로 가게 될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갈 길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바른길이 있는데, 우리가 산만하고 어리석어서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가본 적이 없더라도 상상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길을 떠올리면 기꺼이 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때로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것은 어떤 길로 갈지 정확하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지구 자체가 과일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태양을 향해 뺨을 내리는 것 같다. 하루가 저물기 직전에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한 해도 저물기 직전에 더 밝게 빛난다. 10월은 해가 지는 노을 진 하늘과 같고 11월은 황혼과 같다. 10월 혹은 가을의 색. 기분이 내킬 때마다 책장을 넘기면 가을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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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 나이듦을 재정의하고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여 우리 삶을 재구상하다
루이즈 애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 / 비잉(Bei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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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루이즈 에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

1

 

노인의학이 중요한데도 경시되는 현재와 의사들의 인간성을 비판한 책.

 

자신의 위대함을 논하고, 거기에 타인에 대한 비판과 노인의학이 얼마나 위대한지 방대한 분량(무려 794)으로 화답하는 책이다. 이러한 내용이 2/3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반복된다. 책을 읽고도 내가 무얼 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숲이 보이지 않고, 특정 나무들이 수도 없이 비벼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지에 달려있는 수많은 벌레 글들에 눈길을 두며 고통과 함께 넘긴다. 그런데 왜 이걸 끝까지 읽었냐고? J가 너무 좋은 책이라고 극찬을 마다하지 않으며 함께 읽자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에게 내가 추천했던 책도 그랬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끝까지 읽었다. 읽어도 도통 모르겠는 책이 있으면 이제는 괜찮다라고 한다. 내가 꼬 다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의 위대함을 말하는 대목은 [1등만 떠받드는 작금의 사회에서 환자 혹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그 어린 나이에 고민하기 시작했으니까.]라며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소름이 돋으며 대단하다. 진짜.”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문득 Y의 일이 겹쳐 떠올랐다. Y는 노인의학을 하는 의사와 십여 년 정도 근무를 같이 했는데, 지속된 가스라이팅, 갑질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다 바닥을 기어 간신히 그곳을 벗어났다. 1년 쯤 흐른 어느 날 Y치매 걸려 죽을 년이라는 말로 조용히 그 의사의 말로를 그렸다. Y가 퇴사하자 버리지 못한 못됨은 나에게로 이어졌고, 그는 아직도 당당히 표창장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상은 인간의 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설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편견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미 편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류는 이런 선 긋기를 통해 목숨을 연명해 왔다. 한 직업군 안에서 적지 않은 구성원이 일 때문에 타자의 기본 인간성 침해에 무각감해 진다면 그 직업 문화는 전체적으로 병든 것이다. 공감력이나 양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누워서 떡 먹기다. 평범한 청년이 의사 이름표만 달면 공감력은 곤두박질을 친다. 전국적으로 10여 년마다 의대 교과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봐 가며 이런저런 개선 시도를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다.

재력에는 반드시 권력이 따라온다. 힘이 있으면 자기 입맛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진다. 의사들은 일종의 집단 환각에 빠져 있다. 의술을 행함에 있어 외부인은 모르는 고충이 있는데 의술의 도덕적 의무는 신성불가침이므로 이 고충을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과 해결책은 정당하다는 환각이다. 의학의 폭력. 타키피락시스란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반응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폭력은 냄새나 마약과 흡사하다. 죄 없는 환자들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것은 그들의 인간성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정작 의사가 가해자가 되어 불필요한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의료 현장의 현실은 인정하지 못하겠나보다.

 

나를 탈진시킨 또 다른 요인 하나는 평생 충성해 온 직장이 내 가치관과 목표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단절감이었다.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감정의 동요가 심해지고,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 되어 힘들어 한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그들의 숨통을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아 몸과 마음 모두 황폐해진 탓이다. 팽팽한 긴장 상태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과중한 업무가 겹치면 자기비하, 가치관 왜곡, 행동 변화, 인간관계 악화, 은둔, 그리고 내적 공허의 악순환만 반복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는 우울감이 유독 흔하고,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졸중을 원망하면서 화가 많아지기 십상이다. 한편 루이소체 치매의 대표 증세로는 들락날락하는 정신과 착란과 환각이 유명하고, 전두측두엽 치매는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라 대학살이라는 소설가 필립 로스의 말이 있다. 혹시라도 강제로 끌려갈까 병을 숨길 정도로 노인들에게는 요양원이 무시무시한 곳이다. 두려움이 우리 눈을 가리게 두어서는 안된다. 노화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정의는 아마도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생물학적 징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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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3 : 서양 현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3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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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철학

서양 현대 철학편

김재훈 글, 그림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큰 재능이다. 내용은 내용이라고 할 것도 없이 짧고 극단적인데, 그래서 더 강렬하다. 철학, 종교, 과학으로 연결만 생각했는데, 철학에 언어가 빠지면 안되는 거였다니. 한 수 또 배웠다.

 

[모든 것들을 방관하지 않는 애착, 그게 철학의 출발이자 철학 자체인 것 같다.

 

하이데거: 인간은 무규정으로 세계에 던져진 거예요. 그 때문에 인간은 늘 불안해하죠. 불안한 실존을 떨치려고 유행에 휩쓸리거나 뒷공론에 가담하는 등 존재의 고유성을 잃고 평균 수준으로 자기를 전락시킵니다. 너와 죽음을 앞당겨서 봐! 그러면 내게 허락된 유한한 시간이 네 편이 되어줄거야.

 

샤르트르: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는 의식 자체는 일 수밖에 없다는 거야. 스스로 세상에 던지며 자기 삶을 살아내야 할 숙명을 가진 존재니까.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

 

라캉: 인간의 정신은 언어의 세계거든. 무의식은 신경증 환자 같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 나아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될 수 있거든. 욕망은 결핍이거든. 그것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결핍. 의식 세계에는 억압된 욕망을 나타낼 언어 기호가 없기 때문에 요구조차 할 수 없어. 내가 원하는 게 있긴 한데 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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