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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 헬렌과 스콧 니어링이 버몬트 숲속에서 산 스무 해의 기록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23년 2월
평점 :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글
류시화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년 4월
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있는 일, 조화로움은 단순히 삶의 가치만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이들은 월든-소로우을 비롯하여 여럿 있고, 이들은 책을 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얻고, 배우는가.
자연 속에서 살아낸 삶. 월든의 소로우는 2년 6개월여간의 삶을 말하고 있지만, 조화로운 삶은 버몬트 숲속에서 산 스무해의 기록을 담고 있다. 실존이다.
출근해서 아침 9시도 되기 전부터 12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직원 식당에 가서 배고픈 배를 달래려고 하는데 그럴만한 음식이 없다. 짠 소금국에 밥을 말아 허기를 채웠다(이런걸 돈 주고 팔다니). 오후 3시가 되자 허기진 배를 더 이상 막을 수가 없다. 과자를 한움큼, 두움큼, 세움쿰 계속 밀어넣었다. 그렇게 나는 일하는 돼지가 되었다. 나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동시에 함께 딸려온 허기를 달래지도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단단히 소비하고 있다. 월급이 빠듯하게 소비하고 저축은 잊은지 오래인 삶에서 바라볼 때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소비만 하고 있을 것이다. 조절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신지도 않는 신발을 매달 사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나를 사고 만족하지 못하고 또 산다. 신지도 입지도 않으면서 좋다고 산 것들이 많다.
읽으면서 저자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설득하려 드는 일들이 반복하여 나타났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은 얼마나 무서운가. 나는 그런 집단을 알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유연성이 떨어지고), 타인에게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라고 말하는 자들. 그러한 사람들이 줄을 지어 가는 곳. 책을 읽는 내내 무서웠다.
[걱정과 두려움, 증오가 차지했던 자리에 평정과 뚜렷한 목표, 화해를 심고 싶었다. 나는 혼자 밭을 일구고 땔감을 나르며, 집안 살림을 하고, 충만한 느낌과 목적의식을 갖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했다면 오후는 저절로 저마다의 자유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네 시간 동안 일을 해서 네 시간의 여유를 마련했다.
나는 오직 제철에만 얻을 수 있는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철에는 없다는 사실이 즐겁기까지 하다. 사람은 동물처럼 간단하게 먹고서도 얼마든지 건강과 힘을 지킬 수 있다. 분명히 자연은 사람을 고기를 먹는 생물로 만들지 않았다. 사람은 잡아채거나 빼앗을 수 있는 무장이 전혀 안 되어 있다. 뾰족한 이빨도 없으며, 잡아 뜯고 찢기 위한 날이 선 발톱도 없다. 하지만 열매와 채소를 모으는 따뜻한 손과 그것을 씹을 수 있는 이빨을 가지고 있다. 썩어가는 동물의 시체를 먹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입이 닿도록 얘기했다. 규칙대로 살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스스로를 치료하는 의사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귀중한 시간과 세월을 돈을 버는 데 바치며, 그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인다. 적게 벌고, 그보다 더 적게 쓰라.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 가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떠들썩한 선전으로 소비자를 꼬드겨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 그리고 돈을 내고 그런 것들을 사기 위해 자기의 노동력을 팔도록 강요한다. 겉만 그럴듯하지 오래 못 가는 물건들을 늘 새로운 발명품이나 신제품이라고 둘러치고, 새로 광고하는 상품들과 바꿔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회.
우리가 어떤 일이 있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사회는 생산 수단을 개인이 갖고 있으며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자연 자원과 특허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부의 무리들이 돈을 쥐고, 이자를 바칠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생활필수품과 증권을 거래하는 도박장이 버젓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마음과 정부를 주무르는 이 부자들이 가격을 통제하고 지배한다. 그리고 이처럼 경쟁과 탐욕, 착취와 강제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질서의 모든 장치가 돈 있고 힘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게 운영된다. 이러한 체제의 사악한 손길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당신은 먹고사는 물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비록 가진 자들의 독제 체제가 당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이익을 늘리는 목적 하나만을 갖고 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야 어떻든 이를 수긍하기는 쉬울 것이다. 어떤 이는 어떤 곳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른 곳에서 일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열심히 지식을 쌓고 기술을 터득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다른 이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돕고 조화를 이루어 살 때,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잘못 만나 마음에 동요는 없는지, 평정을 잃지는 않았는지 돌다리를 두드리듯이 늘 되짚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