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시 모드

동시모드 1>

운전을 한다.

운전하면서 MP3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꾼 파일을 듣는다. 

신호 대기중에는 MP3를 들으면서 뜨개질을 한다.

 

동시 모드 2>

토요일 저녁 남편과 간단한 외식을 했다.
서울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대전역에서 마중해서, 잠시 남편 직장에 가서 볼일 보는 동안 기다리고,
(물론 MP3와 뜨개질을 하면서)

이윽고 A 백화점 지하의 회전초밥집에 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백화점을 향해 가는 도중부터 시작된 남편의 핸드폰 전화가
회전초밥집에 도착해서 반쯤 먹을때까지도 계속되었던 것이다. 
외국의 아는 사람에게서 온 전화라 그냥 끊기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30분 가까이 이어지니
짜증이 났다.
남편은 계속 전화를 하고, 나는 혼자 우두커니 먹고 있고.....
이게 도대체 '외식'을 할 때의 매너란 말인가?
혼자 먹다가 짜증이 났다..... 아니, 그보다는 짜증을 내주어야 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편, 눈과 뇌는 또다른 생각을 동시에 진행중이었다.
평소 우리는 B백화점의 지하 회전초밥집을 갔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A백화점의 회전초밥집을 간 것이다.
초밥집의 크기나 지하 매장에서의 위치, 종업원 수 등은 비슷했는데, B백화점의 초밥집이 가격이 더 비싼 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B 초밥집의 초밥의 생선이 조금 더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 커트되어 있다.
A 초밥집의 날치알은 조금 산만하게 얹혀 있다.
A 초밥집 점원들의 호객 소리가 식사중인 사람들에게는 조금 시끄럽다.
A 초밥집의 접시를 덮는 플라스틱 뚜껑이 B초밥집에 비해 조금 얇고 싸보인다.

음..... 나는 이렇게 사소한 것에 볼품없게 일하는 것은 없을까? 내가 일하는 곳은?
... 갑자기 어디선가 보았던 '디테일의 힘'이란 책이 생각나면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짜증'은 어떻게, 어느정도 낼 것인가 '디테일'을 생각하면서....


2. 자봉동

어제는 오랜만에 배식에 참가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신입회원'이 왔다. ^0^
어제는 '소수정예',  김모군과 윤모군과 나만 올 줄 알았는데 신입회원이 와서 메뉴에 '계란찜'을 추가할 수 있었다.
김모군과 윤모군은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든다. 벌써 7-8년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김모군은 고1 때 처음 참가했다.  빽바지를 입어도 옷 태가 나는 멋쟁이 고교생이었다.
그사이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 4학년 올라간다. 전공도 경영학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바꾸었다.  멋쟁이인건 여전하지만 해야 할 일, 궂은 일은 소리안나게 도맡아 한다. 정말 든든하다.

윤모군이 동참한 건 99년이다.
Kaist 학부 2학년생이었는데 고2만 마치고 진학한 데다가 얼굴도 동안이어서 너무 어려보이던, 
그리고 이공계 특유의 순진함이 듬뿍 묻어나는 학생이었다.
자봉동의 좋은 점 하나는 수는 적지만 일을 할 때 가리지 않고 한다는 것, 그리고 오래 함께해왔다는 것이다.
그 '가리지 않고, 오래 하는' 미덕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윤모군인 것 같다. 
부드럽게 주위사람을 이끌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그러면서도 의견이 있으면 조리있게 설득하는 외유내강 타입이다.
윤모군도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겼었다.  장애아동도, 보육원도, 배식도, 진료소 안내와 약 조제도, 아저씨들 싸움 났을 때 뜯어말리는 일도..... 
그리고 이제는 박사 과정의 말미에 있다.  
이런 부드럽고 착한 윤군을 잘 감싸줄 참한 색시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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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6-02-2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 ...

세실 2006-02-2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신호대기중 뜨개질을 하신다~~ 전 뭐 화장을 합니다. 호호호

ceylontea 2006-02-2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호대기중 뜨개질.. ㅋㅋ 그러다 잘못 뜨면 수습이 더 어렵고 오래 걸리지 않나요? 이젠.. 틀리지 않고 뜨는 경지? ^^

2006-02-2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2-2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7월에 날잡힌 거 압니다
일하면서 알라딘을 하는 것도 동시모드의 하나죠?^^

미완성 2006-02-2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보면 알라딘에 참한 색시가 널렸지요 험험-_-;;

ChinPei 2006-02-2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라기보다 아내)의 초밥집 선택 기준은 "싸다/비싸다". 물론 비싼 건 절대 금지... ^ㅇ^

가을산 2006-02-2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정말요? 흐흐... ^^

세실님/ 저도 여름에는 ... 화장은 아니고... 선탠크림 바르기도 합니다.

실론티님/ 제가 뜨는 건 단순해서 틀릴 건더기가 없어요. 그리고 늘 다니는 길이라 신호가 언제 바뀌는지까지 외우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마태님/ 매직님의 결혼식에서는 또 어느정도 소설을 써드려야 할지 기대됩니다.
일하면서 알라딘 하는 것은 동시모드의 기본이죠. 하하....

ninoming 님/ 안녕하세요? 그렇죠? 그런 것 같아요.

친페이님/ 그래도 일본의 '원조' 초밥들은 이곳과는 차원이 다를 것 같아요.